최근 유통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명품 플랫폼 발란(BALAAN)의 정산 지연 사태와 그로 인한 결제 서비스 전면 중단 소식을 다뤄보려 합니다. 발란은 한때 온라인 명품 시장의 선두주자로 주목받았던 기업인데요, 이번 사태로 인해 업계에서는 지난해 수천억 원대 피해를 낳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사태가 어디로 향할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발란 결제 서비스 중단, 무슨 일이?
2025년 3월 30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발란의 신규 결제 승인을 담당하던 카드사와 전자결제대행업체(PG사)가 지난 28일 늦은 오후부터 모든 신규 결제를 차단했다고 합니다. 발란의 자체 결제 서비스인 ‘발란페이’도 함께 멈췄고, 현재 발란 플랫폼에서 물품을 구매하려 하면 “결제불가”라는 메시지와 함께 “현재 모든 결제 수단 이용이 불가하다.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 중”이라는 안내문만 뜨는 상황입니다. 사실상 플랫폼의 모든 거래 기능이 마비된 셈이죠.
이 사태는 발란이 입점 업체들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을 제때 하지 못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발란은 지난 24일부터 일부 입점사에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당초 28일까지 입점 파트너사들에게 정산금 확정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최형록 발란 대표는 “이번 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에 파트너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겠다”고 공지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커녕 연락마저 두절된 상태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2의 티메프’ 우려, 왜 나오는 걸까?
발란의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와 판매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바로 ‘티메프 사태’의 반복입니다.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는 시스템 오류를 이유로 정산을 지연하다 결국 수천억 원대의 판매대금을 미지급한 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죠. 이로 인해 수많은 소상공인과 입점 업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소비자들 역시 결제한 상품을 받지 못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습니다. 발란의 현재 모습이 티메프 사태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겁니다.
특히 발란은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진 직후 전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25일에는 판매자 20~30명이 본사를 찾아 항의하며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는 티메프 사태 당시 입점 업체들이 본사를 방문해 항의하고, 회사가 뚜렷한 해결책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던 상황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일부 판매자들은 발란 본사 컴퓨터에서 ‘기업회생 절차 준비’ 관련 파일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발란이 몰래 법정관리를 준비 중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죠. 발란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발란의 재무 상태, 얼마나 심각한가?
발란의 정산 지연과 결제 서비스 중단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발란은 2015년 설립 이후 2022년 한때 기업가치 3000억 원을 인정받으며 명품 플랫폼 시장의 선두주자로 떠올랐지만, 최근 몇 년간 판매 부진과 고객 이탈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무려 724억 원에 달하고, 2023년에는 자본총계가 -77억 3000만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는 회사의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아 사실상 자본이 바닥난 상황을 뜻하죠.
2023년 매출은 392억 원으로 전년도 891억 원 대비 56%나 급감했고, 유동자산 56억 2000만 원 대비 유동부채가 138억 1000만 원으로 유동비율이 40.7%에 불과합니다. 쉽게 말해, 1년 내 갚아야 할 빚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두 배 이상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재무 상태에서 월 평균 거래액 300억 원, 입점 업체 1300여 개를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더군다나 발란은 경쟁사인 머스트잇, 트랜비와의 경쟁에서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쏟아부으며 10~30% 할인 쿠폰을 남발해왔습니다. 낮은 마진율 구조 속에서 이런 전략은 단기 매출을 늘릴 수 있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재무 부담을 가중시켰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침체 속에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려다 플랫폼 전체가 부실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미정산 규모와 피해 예상
발란의 미정산 금액은 약 13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월 평균 거래액 300억 원, 입점 업체 1300여 개를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수도 있죠. 일부 판매자들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묶여 있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640여 명이 참여한 판매자 채팅방에서는 “기업회생에 들어가면 끝난다”, “티메프 사태와 똑같다”, “단체 행동으로라도 받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결제 서비스 중단으로 신규 매출마저 끊겼다는 점입니다. 신용카드사와 PG사가 결제를 차단한 건 발란의 지급 능력에 대한 신뢰가 바닥났다는 방증인데요, 이는 곧 추가 자금 유입이 막히면서 유동성 위기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발란은 최근 실리콘투로부터 150억 원(1차 75억 원, 2차 75억 원 예정)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지만, 이 자금이 정산금으로 바로 투입되지 않는다면 입점 업체들의 불안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교훈
발란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유통 업계 전반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했던 명품 플랫폼 시장은 엔데믹 이후 고금리, 고물가,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꺾였고, 낮은 마진율과 과도한 경쟁 속에서 많은 기업이 재무적 압박을 받고 있죠. 실제로 국내 명품 플랫폼 4곳이 최근 1년 사이 문을 닫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치스패션 같은 기업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발란이 기업회생 절차로 갈지, 아니면 외부 자금 유입으로 위기를 넘길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최형록 대표는 “외부 자금 유입과 구조 변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안 없이 시간만 끌 경우 티메프처럼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주기 단축, 판매대금 분리 관리 같은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발란 사태는 명품 플랫폼의 화려한 성장 뒤에 숨겨진 재무적 취약성과 과도한 경쟁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입점 업체와 소비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이를 통해 업계가 더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러분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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