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손에 들고 있는 커피 한 잔이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전 세계적인 경제, 기후, 정치의 흐름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브라질에서 회자된 틱톡 영상을 보셨나요? 집에 손님이 찾아오자 주인이 마시던 커피를 황급히 감추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었는데요.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서조차 커피 값이 치솟아 손님에게 커피 한 잔 권하는 것이 대접으로 여겨지지 않는 세태를 풍자한 것이었습니다. 이 영상 하나가 커피플레이션(coffee + inflation)이라는 글로벌 현상의 단면을 잘 보여줍니다. 지난 1년간 브라질 커피 값은 40% 이상 상승하며 식료품 인플레이션의 선두에 섰고, 이는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을 24%라는 최저치로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그렇다면 브라질을 넘어 전 세계로 번진 이 커피플레이션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기후변화, 전쟁, 중국, 그리고 트럼프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 국민일
1. 기후변화: 커피 농사의 위기
커피는 기후에 민감한 작물입니다. 세계 소비량 1위인 아라비카 커피는 주로 브라질에서, 2위인 로부스타는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죠. 그런데 지난해 이 두 나라가 동시에 이상기후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브라질은 극심한 가뭄과 이례적인 저온으로 커피 열매 수확량이 급감했고, 베트남은 홍수와 가뭄으로 로부스타 생산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는 2024년 7월 영하 1.2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이상저온을 겪었고, 이는 1994년 이후 최악의 서리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베트남 역시 폭우와 홍수로 농가가 큰 타격을 입었죠. 이런 기상재해는 커피 공급량을 줄이며 국제 원두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4년 12월 아라비카 원두 평균 가격은 톤당 7,072달러로 1년 전(4,278달러)보다 65%나 상승했습니다. 기후변화가 커피 농사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 전쟁: 물류 혼란과 운송비 상승
기후변화로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 전쟁까지 겹쳤습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충돌하면서 수에즈 운하를 통한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수에즈 운하는 중동과 유럽, 아시아를 잇는 핵심 해상 루트인데, 이곳의 운송이 차질을 빚자 커피 무역 운송비가 급등했습니다.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생산된 커피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 커졌죠.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2024년 말 기준 1년 전보다 4배 가까이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물류 혼란은 커피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특히 커피처럼 매일 소비되는 상품은 그 여파가 소비자에게 빠르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3. 중국: 커피 소비 대국의 등장
세 번째 요인은 중국입니다. 전통적으로 차 문화가 강했던 중국에서 최근 커피 소비가 급증하고 있어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피가 트렌디한 음료로 자리 잡으면서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뿐 아니라 로컬 카페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의 거대한 인구와 구매력이 커피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자 국제 커피 시세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중국의 커피 수입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는 브라질과 베트남의 공급 부족 상황을 더 악화시키며 글로벌 커피플레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죠.
4. 트럼프: 관세전쟁과 시장 불확실성
마지막으로 트럼프의 관세전쟁입니다. 2024년 11월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는 취임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25%, 중국 상품에 추가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며 다시 한번 글로벌 무역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커피는 직접적인 관세 대상은 아니지만, 이런 정책은 커피 선물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관세를 외교 정책의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는 커피 수출국과 수입국 간 거래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주요 커피 수입국 중 하나인 만큼 관세전쟁이 물류비나 환율에 변동을 일으키면 커피 가격도 덩달아 흔들릴 수밖에 없죠.
커피플레이션의 여파: 전 세계와 한국의 풍경
브라질에서 커피를 감추는 풍자가 현실이 된 것처럼, 커피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반응을 낳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뒤 집에서 가져온 얼음과 우유로 아이스 카페라테를 만들어 마시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고, 미국에서는 지난 1월 사상 최고 커피 소매가를 기록하며 집에서 원두를 볶는 법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화제가 됐습니다. 커피는 중독성이 강한 상품이라 가격이 올라가도 소비를 줄이기 쉽지 않지만, 소비자들은 나름의 대처법을 찾아가고 있죠.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스타벅스, 할리스, 폴 바셋, 투썸플레이스 등 주요 프랜차이즈 커피점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섰어요.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2025년 2월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 가격을 4,7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고, 투썸플레이스는 3월 26일부터 평균 4.9%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컴포즈커피 같은 저가 브랜드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조정하며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죠. 한국은행의 2024년 11월 커피 수입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91.3% 상승했다고 하니, 원두 가격 급등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동네 작은 커피 가게에서 2,000~3,000원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건 한국의 독특한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국내 커피숍은 10만 개를 넘어섰고, 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격 인상 압력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원두 가격이 계속 오르면 이런 저가 커피의 시대도 저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커피의 미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커피플레이션은 단순히 가격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기후변화로 커피 재배지가 줄어들고, 전쟁과 정치적 갈등으로 공급망이 흔들리며, 새로운 소비 대국의 등장으로 수요가 폭발하는 이 모든 현상은 우리가 커피를 즐기는 방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전문가들은 커피 묘목을 심어도 수확까지 5년 이상 걸린다고 하니 단기적인 해결책은 요원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소비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탄소중립 제품을 선택해 기후변화 예방에 동참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동네 카페에서 저렴한 커피를 찾아 작은 행복을 이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커피 한 잔의 가격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앞으로도 커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변화를 지켜보며, 여러분과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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