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31일, 국내 증시는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낙폭을 3%대까지 키우며 2481.12까지 내려앉았고, 코스닥 역시 3.01% 하락한 672.85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47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1475.5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번 급락의 주요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도입과 국내 공매도 재개라는 두 가지 이벤트가 겹친 결과로 보인다. 글로벌 증시와 환율 시장까지 요동치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글에서는 오늘의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보고자 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재개 첫날의 충격
3월 31일은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약 1년 5개월 만에 전면 재개된 첫날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면 금지된 이후, 2021년 일부 재개와 2023년 11월 재금지를 거쳐 이번에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허용되었다. 공매도 재개는 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무려 1조 5754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시장을 압박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7899억 원, 6669억 원 순매수로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 매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화학, 기계장비, 의료정밀 등 주요 제조업종이 4~5%대 하락을 기록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대차 잔고 비중이 높았던 삼성전자(-3.99%), SK하이닉스(-4.32%), LG에너지솔루션(-6.18%), POSCO홀딩스(-4.62%)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바이오 업종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96%), 셀트리온(-4.57%)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에서는 에코프로(-12.59%), 에코프로비엠(-7.05%) 등 이차전지 관련주가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공매도 재개로 대차 잔고가 급증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2월 말 52조 원 수준이던 대차 잔고는 3월 28일 기준 66.6조 원으로 26.8% 증가했다. 이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매도 물량이 미리 준비되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가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안정화되고, 실질적인 기업 펀더멘털이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상호관세 공포: 트럼프의 20% 관세 검토
공매도 재개와 동시에 시장을 뒤흔든 더 큰 변수는 미국의 상호관세 도입 우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2일로 예정된 관세 발표를 앞두고 모든 무역 상대국에 20% 수준의 전면적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는 기존의 일부 품목 고율 관세에서 한 단계 나아가 국가별 상호관세가 아닌 보편적 관세 방식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이다. 트럼프는 이를 '해방의 날'로 칭하며 강한 보호무역 의지를 드러냈다.
상호관세 도입은 글로벌 교역 환경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자동차, 전자, 화학 등 주요 수출 업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관련 주식들이 이미 급락세를 보였다. 여기에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심리지수 하락과 개인소비지출 둔화 등 최근 경제 지표도 이러한 공포를 부추겼다.
글로벌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3% 이상, 대만과 홍콩 증시도 급락하며 '블랙 먼데이'가 재현되는 분위기다. 이는 상호관세가 단순히 미국과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대형 이벤트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율 1470원 돌파: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상호관세 우려와 공매도 재개는 환율 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31일 오후 2시 5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66.5원)보다 4.7원 오른 1471.2원에서 거래되었다. 장중에는 1473.4원까지 터치하며 2월 3일(1472.5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1조 5000억 원대 순매도를 기록하며 자금을 회수한 것이 환율 상승을 부추긴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으나,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었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1시 55분 기준 103.87을 기록했지만, 엔화(148엔대)와 위안화(7.25위안대)가 소폭 강세를 나타내며 환율 상승 속도를 억제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엔화와 유로화가 아시아 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환율 상승 폭이 제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번 주 상호관세 발표가 금융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경우 환율 상단이 1500원까지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의 전망: 변동성 장세 지속되나?
이번 주 시장의 최대 변수는 역시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다. 트럼프가 관세율과 적용 범위를 구체화하면서 시장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협상 의지를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추가 하방 압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박상현 연구원은 "상호관세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탄핵심판 등)이 겹치며 성장률 전망 하향과 CDS 프리미엄 상승이 원화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비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공매도 재개 역시 단기적으로는 매도 압력을 키우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자금 유입과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2021년 공매도 재개 당시 외국인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받치며 코스피가 상승했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는 상호관세라는 외부 변수가 추가된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
투자 전략: 신중한 관망이 필요
지금은 섣부른 매수나 매도보다 관망이 최선으로 보인다. 상호관세의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날 때까지 변동성이 클 가능성이 높고, 공매도 재개로 대차 잔고 비중이 큰 업종(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의 주가 변동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상현 연구원은 "관세 피해 업종은 이미 가격 조정이 진행된 상태라 추가 하락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시장 전체의 공포감이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주는 상호관세와 공매도라는 두 가지 대형 이벤트가 시장을 좌우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도록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준비해야 한다. 환율 1500원, 코스피 2400선 붕괴 등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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