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발표된 한 조사 결과가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은행 HSBC가 2013명의 영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이 느끼는 '부자'의 심리적 문턱에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조사에서 "연봉이 얼마여야 부유하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여성은 약 4억 3천만 원(£232,000), 남성은 약 3억 6천만 원(£193,000)이라고 답했습니다. 즉, 여성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이 남성보다 약 7천만 원 높게 나타난 것이죠. 이 차이는 단순한 숫자의 차이를 넘어, 성별에 따른 경제적 인식과 사회적 요인이 얽힌 복합적인 현상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HSBC 자료를 분석한 금융 심리치료사 비키 레이날(Vicky Reynal)의 설명과 추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그 이유를 탐구해보겠습니다.
1. 경제적 취약성: 성별 임금 격차와 경력 단절의 영향
비키 레이날은 "여성이 경제적으로 더 취약하기 때문에 부의 기준을 남성보다 높게 설정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역사적, 사회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4년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13.1%, 한국은 무려 30%에 달합니다. 이는 남성이 100원을 벌 때 영국 여성은 86.9원, 한국 여성은 70원을 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임금 격차는 여성으로 하여금 경제적 안정성을 더 강하게 갈망하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출산과 돌봄으로 인한 경력 단절은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더욱 어렵게 합니다. 비키는 "여성은 전통적으로 집안일과 돌봄을 책임져왔고, 남성은 가족의 재무를 관리하며 돈을 벌어왔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적 인식으로 자리 잡았고, 오늘날까지도 많은 여성이 자신을 '경제적 약자'로 느끼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장애물이 남성보다 많다고 느끼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자'의 기준도 더 높아지는 셈입니다.
2. 저축과 소득의 상관관계: 낮은 연봉과 높은 목표
HSBC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저축을 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0%의 여성이 매달 한 푼도 저축하지 못하며, 4명 중 1명은 통장에 189만 원(£1,000)조차 없다고 답했습니다. 비키는 이를 "낮은 연봉과 돌봄 책임"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많은 여성이 동일 임금을 받지 못하고, 시간제 근무를 선택하거나 경력 단절을 겪으면서 저축과 투자에 활용할 여유 자금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연봉 1억 8천만 원(£100,000) 이상의 고소득층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그룹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매달 약 8% 더 많이 저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SBC 영국 지사 크리스토퍼 딘(Christopher Dean) 전무 이사는 이를 "저임금의 장벽이 제거되었을 때 여성이 더 높은 경제적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합니다. 이는 여성의 잠재력이 환경적 제약에서 벗어날 때 빛을 발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3. 투자 성향의 차이: 조심성 vs 위험 감수
남성과 여성의 경제적 태도는 투자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비키는 "고소득 여성의 높은 저축률은 위험 회피 성향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역사적으로 자녀의 안전을 책임져온 여성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안정적인 현금 보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남성은 "돈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고 여기며 과감한 투자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키의 상담 경험에 따르면, 남성은 투자 실패 시 큰 좌절을 느끼고, 여성은 과소비나 투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향 차이는 부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여성은 안전을 중시하며 더 높은 재정적 안정감을 필요로 하기에 '부자'의 문턱을 높게 설정합니다. 반대로 남성은 위험을 감수하며 더 낮은 기준에서도 스스로를 부유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사회적 인식과 변화의 필요성
비키는 여성이 경제적 자신감을 갖기 위해 몇 가지 실천 방안을 제안합니다. ▲성적 고정관념에 도전하기 ▲자신의 장단점 인지하기 ▲단점을 개선하는 행동 실천하기 ▲투자에 대한 자신감 격차 줄이기 ▲부족함이 아닌 풍족함에 집중하기 ▲경제적 웰빙 습관 만들기 등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영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관찰됩니다. 역사적으로 남성이 주된 소득원이 되고 여성이 가사와 돌봄을 맡아온 구조는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며 성별 임금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는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된다면, 여성의 '부자' 기준도 점차 현실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제적 평등을 향한 첫걸음
HSBC 조사와 비키 레이날의 분석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부자'의 기준을 높게 설정하는 이유는 경제적 취약성과 사회적 역할에서 비롯된 심리적 요인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소득 여성의 저축률이 이를 뒤집는 사례를 보여주듯, 저임금과 경력 단절의 장벽이 제거된다면 여성도 더 높은 경제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적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우리가 '부자'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할 때, 성별에 따른 심리적 문턱도 함께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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