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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16년 동결의 끝 :2025년, 대학교육의 갈림길

궁금이

by 인앤건LOVE 2025. 3. 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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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16년, 대학의 인고의 시간

2009년부터 시작된 한국 대학의 등록금 동결 정책은 16년간 이어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세우며 도입한 이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시작되었다. 이후 2012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장학금 제도가 본격화되며 등록금 상한제와 동결 기조가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 긴 동결 기간 동안 대학들은 재정난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교육부의 국고 지원은 연간 4조 원 이상으로 늘었지만, 대부분 국가장학금으로 지출되었고, 대학 운영을 위한 직접 지원은 연평균 2~3% 증가에 그쳤다.

2024년에도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이 일부 있었지만, 2025년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 2월 말 기준, 162개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정부 재정지원을 많이 받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6년 만에 가장 많은 대학이 참여한 인상 사례다.

2월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162개 대학이 등록금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국립대 9교, 공립대 1교, 사립대 85교, 사립 전문대 67교지만, 앞으로 인상을 결정한 대학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대학교는 4.97%, 서강대학교는 5% 인상을 발표하며 13~17년 만의 변화를 택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연 등록금 인상이 대학과 학생, 나아가 한국 고등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몇 가지 핵심 쟁점을 통해 살펴보자.

2024년 대학등록금 인상 현황, 교육부


동결의 그림자: 재정난과 교육 경쟁력 하락

등록금 동결의 결과는 대학 재정에 치명적이었다.

첫째, GDP 대비 대학교육 투자 비율이 크게 줄었다. 2011년 정부 부담은 GDP의 0.7%에서 0.6%로 0.1%p 감소했지만, 민간 부담은 1.9%에서 0.9%로 1.1%p나 급감했다. 이는 전체 교육 투자가 줄어든 것을 뜻한다.

둘째, 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약 1만 7천 달러)의 65% 수준인 1만 1천 달러에 불과하다. 심지어 초등(84%), 중등(66%) 교육비보다도 낮다. 이는 대학이 초중등 교육보다 덜 투자받는 기형적 구조를 보여준다.

셋째, 사립대학의 재정난은 심화되었다. 한국 사립대는 전체 대학의 85%를 차지하며, 등록금이 주요 수입원이다. 그러나 동결로 인해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워졌고, 많은 대학이 교수 임금을 10년 넘게 동결하거나 삭감했다. 우수 교원 채용은 꿈도 못 꾸게 되었고, AI·빅데이터 같은 신기술 분야의 교육 인프라 확충도 연기되었다. 부산의 D대학(동의대학교로 추정)에서는 학생들이 “교육 질 하락을 막으려면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며 시위를 벌인 사례도 있었다.

넷째, 이 모든 것은 한국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QS 세계대학순위에서 한국 대학은 상위 100위 안에 3~4곳(서울대, KAIST 등)에 그치며, 싱가포르·홍콩에 밀리는 추세다.


실질 등록금의 현실: 부담은 줄었지만…

등록금 동결과 국가장학금 확대는 학생 부담을 확실히 줄였다. 2023년 기준,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은 50%를 넘었고, 저소득층은 사실상 등록금을 내지 않는다. 실질 납부 등록금은 연간 약 300만 원(월 25만 원) 수준으로, 물가상승률(2008~2020년 평균 2%)을 감안하면 2008년 대비 17.9% 감소한 셈이다. 1인당 국민소득(2023년 약 3,600만 원) 대비 등록금 비율도 8%로, 미국(평균 2만 달러, 소득 대비 30%)이나 일본(1만 달러, 20%)보다 낮다.

2023년 국회예산정책처 조사에 따르면, “등록금이 자녀 교육비 중 가장 부담스럽다”는 학부모 비율은 2010년 45%에서 2023년 23%로 20%p 이상 하락했다. 이는 등록금 동결이 학부모와 학생에게 실질적 혜택을 준 증거다. 그러나 이 혜택은 반대급부로 돌아왔다. 선택 과목과 이수 학점이 줄고, 실험실·도서관 등 교육 환경은 낙후되었다. 학생들은 “부담은 줄었지만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고 토로한다.


등록금 인상의 명암: 찬반 논쟁

등록금 인상에 대한 찬반 논란은 뜨겁다.

찬성 측은 교육 질 향상과 대학의 자립을 주장한다. 한국경제연구원(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수입은 연평균 1.5% 감소했지만, 물가와 인건비는 각각 2%와 3% 상승했다. 이는 대학이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었다. 등록금을 올리면 우수 교원을 채용하고, 연구·교육 인프라를 개선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은 국가장학금으로 부담이 거의 없으니, 실질적 피해는 중산층 이상에 국한된다는 논리다.

반대 측은 학생 부담 증가와 교육 격차를 우려한다. 등록금이 오르면 중산층 학생의 부담이 커지고, 대학 간 재정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세대·고려대 같은 상위권 대학은 인상분으로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지방 소규모 대학은 여전히 재정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저소득층 접근성도 문제다. 현재 장학금이 충분히 지원되지만, 인상률(최대 5.49%)이 장학금 증가율(평균 3%)을 웃돌면 실질 부담이 늘어난다. 또한, 대학 적립금을 활용하라는 주장도 있지만, 2023년 기준 사립대 적립금은 12조 원으로 줄었고, 대부분 건물 신축·유지비로 용도가 정해져 있어 유동성은 낮다.


대안은 무엇인가: 고등록금·고지원 정책

등록금 동결은 교육 질과 기회 균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게 했다. 교육 질을 높이려면 재정 투자가 늘어야 하지만, 등록금에 의존하면 기회 균등이 위협받는다. 반대로 기회 균등을 위해 등록금을 낮추면 교육 질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고등록금·고지원”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는 등록금을 현실화하되, 저소득층에 대한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을 대폭 늘리는 방식이다.

핀란드나 독일처럼 공교육 투자를 늘리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OECD 평균 공공재정 교육비는 GDP의 4.5%인데, 한국은 3.8%에 그친다. 정부가 대학에 직접 지원을 늘리고, 기업·개인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면 등록금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재정 여건상 단기간 내 실현은 어렵다. 결국 2025년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학생 참여로 운영되는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인상을 승인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학교육의 미래를 위한 과제

2025년 등록금 인상은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니다. 지난 16년간 억눌린 대학 재정의 숨통을 틔우고, 대학교육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정부와 대학의 후속 조치에 달렸다. 저소득층 지원 확대, 투명한 재정 운영, 교육 질 개선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 학생과 학부모는 부담을 덜 느끼지만, 그들이 받는 교육의 가치는 떨어졌다. 이제 국회와 정부,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대승적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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