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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콘텐츠, 한국인의 일상을 장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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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앤건LOVE 2025. 3. 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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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의 2025년 3월 13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인 1인당 숏폼(짧은 동영상) 서비스 앱 사용 시간이 평균 48시간 73분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대표적인 숏폼 플랫폼을 포함한 수치다. 반면,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디즈니+, 쿠팡플레이 등 5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앱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7시간 14분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으로 숏폼 사용 시간이 OTT 대비 약 7배나 긴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인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긴 호흡의 드라마나 영화를 즐기던 OTT 중심의 소비가 점차 짧고 빠른 숏폼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 숏폼 사용 시간은 46시간 29분, OTT는 9시간 14분이었는데, 1년 반 만에 숏폼 사용 시간이 더 늘고 OTT는 소폭 줄어든 점도 주목할 만하다. 왜 한국인은 이렇게 숏폼에 열광하는 걸까?


숏폼의 매력: 빠르고 강렬하게, 중독적으로

숏폼 콘텐츠의 핵심은 그 이름처럼 ‘짧음’에 있다. 평균 15초에서 1분, 길어도 10분 이내의 영상은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되어 있다. 출퇴근길, 점심시간, 잠깐의 휴식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꺼내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특히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플랫폼은 AI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영상을 추천하며 사용자를 붙잡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스낵 컬처(Snack Culture)’의 진화로 본다. 한 번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짧은 순간에 강렬한 재미와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구가 숏폼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틱톡은 2023년 기준 한국에서 1인당 월평균 21시간 25분 사용되며, 넷플릭스(7시간 7분)보다 3배 이상 긴 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사용자 수가 넷플릭스(1207만 명)보다 적은 663만 명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용 시간에서 앞서는 결과로, 개개인의 몰입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OTT와의 경쟁: 시간 싸움에서 밀리다

반면 OTT는 긴 호흡의 스토리와 높은 퀄리티를 무기로 삼아왔지만, 점차 숏폼에 밀리는 모양새다. OTT 플랫폼이 제공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의 몰입을 요구한다. 하지만 현대인의 콘텐츠 체류 시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이런 긴 형식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히트작 <더 글로리>나 <무빙> 같은 작품도 한 편당 40~50분 분량인데, 이는 숏폼 한 편(1분 미만)에 비하면 40배 이상 긴 시간이다.

OTT 업계도 이런 흐름을 인지하고 있다. 일부 플랫폼은 짧은 클립 형태의 콘텐츠를 도입하거나, 예고편을 숏폼 스타일로 제작해 사용자의 관심을 끌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OTT는 긴 서사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중심이라, 숏폼과의 직접적인 경쟁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글로벌과 로컬 플랫폼의 숏폼 전쟁

숏폼 열풍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시작됐지만, 국내 플랫폼도 가세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튜브는 2020년 ‘쇼츠’를 출시하며 틱톡을 견제했고, 현재 한국에서 1인당 월평균 41시간 56분 사용으로 숏폼 앱 중 가장 긴 시간을 기록 중이다.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통해 15시간 56분을 기록하며 사진 중심 SNS에서 동영상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틱톡은 글로벌 MAU(월간 활성 사용자)가 15억 8200만 명(2024년 4월 기준)에 달하며, 한국에서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체 숏폼 서비스로 반격에 나섰다. 네이버의 ‘클립’ 서비스는 2025년 2월 기준 콘텐츠 생산량이 전년 대비 5배, 하루 평균 재생수는 4배, 채널 수는 3배 증가했다. 네이버는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과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를 통해 2024년 클립 재생 수 10배 성장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카카오는 ‘다음채널 부스트업 챌린지’를 통해 콘텐츠 생산을 장려하며, 2025년 2분기 다음 앱에 ‘짧은 영상’ 탭을 신설할 계획이다. 카카오 측은 “부스트업 이후 신규 채널과 콘텐츠 수가 증가하며 사용자가 즐길 콘텐츠가 늘었다”고 밝혔다.


숏폼의 생태계: 소비에서 창작, 쇼핑까지

숏폼의 인기는 단순히 소비에 그치지 않는다.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플랫폼 내에서 확산시키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틱톡의 챌린지 문화나 유튜브 쇼츠의 DIY 영상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저변을 확대했다. 오픈서베이(2023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10~20대의 약 10%가 숏폼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업로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더 나아가 숏폼은 비즈니스 생태계로도 확장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숏폼에 쇼핑 기능을 접목해 사용자가 영상을 보며 바로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인스타그램 역시 릴스 내 광고와 쇼핑 태그를 활용하며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마케팅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숏폼의 미래: 기회와 과제

숏폼의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AI 기술의 발전은 숏폼 콘텐츠의 접근성과 몰입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숏폼의 ‘휘발성’과 중독성을 경고한다. 매일경제(2024년 9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숏폼은 앞서 본 콘텐츠보다 더 재밌는 영상을 찾게 만드는 특성이 있어 중독 위험이 크다”며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필요성을 제기했다. 폭력성, 선정성 등 자극적인 콘텐츠가 늘어나는 것도 우려 요소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의 숏폼 사용 시간 48시간 73분은 단순한 통계를 넘어 콘텐츠 소비 문화의 변화를 상징한다. OTT를 압도하는 이 흐름은 글로벌 플랫폼과 국내 플랫폼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안기고 있다. 당신은 오늘 얼마나 숏폼을 보셨나요?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이 변화의 물결을 곱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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