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다시 한번 글로벌 경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자동차 산업과 그 부품업계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아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2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10~25%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내 완성차 생산과 수출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완성차 업체에 국한되지 않고, 수천 개의 부품 협력사로 이어지는 연쇄 타격을 예고합니다. 과연 한국 자동차 부품 산업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트럼프 관세 정책과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그의 첫 집권 시기부터 이어져온 ‘America First’ 기조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2018년 한미 FTA 재협상 당시에도 수입 승용차에 최대 25%, SUV에 35% 관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이 있었지만, 협상을 통해 철회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2025년 2월,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북미 자동차 클러스터에 충격을 줬고, 이는 한국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 생산된 143만2713대가 미국으로 수출되어 전체 생산량의 34.7%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한국GM은 미 수출 비중이 90%를 넘으며, 이번 관세 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KAMA는 작년 12월 보고서에서 2025년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3.1%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최근 트럼프의 관세 움직임으로 감소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권은경 KAMA 조사연구실장은 “현재 불확실성이 12월보다 훨씬 높아졌다”며, 구체적인 관세 정책이 확정되어야 실질적인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품 산업의 연쇄 타격 우려
국내 자동차 생산이 위축되면 부품 산업도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A부품사 임원은 “당장 고용이나 투자를 줄이지는 않겠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며, “해외 공장 설립은 여력이 있는 업체들의 이야기일 뿐, 국내 산업에 의존하는 중소업체들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며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고, 현대모비스나 HL만도 같은 대형 1차 부품사들도 해외 사업 확장으로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견 3사(한국GM, 르노코리아, 쌍용차)와 중소 부품사들은 체력이 약해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한국GM의 경우, 1차 협력사 276곳과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2700~3000곳에 달하는 부품업체가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을 공급하고, 완성차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구조에서, 관세로 인한 수출 차질은 곧 공급 물량 감소로 이어집니다. 이에 한국GM 노사는 3월 15~22일 GM 본사를 방문해 관세 영향과 신차 생산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방문이 노사 공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노조 역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르노코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공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4’를 연내 생산해 북미로 전량 수출할 계획이었지만, 관세 부과 시 비용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산 지역 자동차 관련 기업은 연 매출 25억 원 기준으로 190여 곳에 달하며, 이들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내수 위축과 외부 경쟁의 이중고
관세 문제 외에도 국내 자동차 산업은 내수 위축이라는 악재를 안고 있습니다. KAMA의 ‘2024년 세계 자동차 생산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자동차 생산량이 412만8000대로 전년 대비 2만7000대 감소하며 세계 5~6위에서 7위로 하락했습니다. 수출은 0.6% 증가했지만, 내수가 163.5만 대로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중국산 수입 전기차의 공세가 더해졌습니다. 2024년 중국산 승용차 수입 판매량은 테슬라, 볼보 등을 포함해 5만7000대였고, BYD도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이중고를 안기는 셈입니다. 특히 중소 부품사들은 해외 진출 여력이 부족해 실적 부진과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과거 사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아직 실행 여부가 불확실합니다. 전문가들은 그의 집권 기간 동안 미국 내 생산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지만, 과거 사례처럼 협상을 통해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1기 시절, 수입차 관세 부과 계획이 한미 FTA 재협상으로 무산된 전례는 이런 낙관론의 근거가 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강경한 태도와 ‘관세를 외교 협상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두드러져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유지할지 미지수지만, 쉽게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며, “국내 생산시설이 줄어들면 부품업체 매출 감소,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과 공장 설립을 약속하며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부와 업계의 대응 방안
이번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와 업계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첫째, 중소 부품사 지원이 시급합니다. 자금 지원, 세제 혜택, 기술 개발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의 체력을 키워야 합니다.
둘째, 완성차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뒷받침할 정책이 필요합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미국 내 공장을 운영 중이며, 추가 투자를 유도할 인센티브가 있다면 관세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내수 시장 활성화도 중요합니다. 전기차 보조금 확대, 노후 차량 교체 지원 등으로 내수 기반을 강화하면 수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미 간 외교적 협상이 필요합니다. 과거 FTA 재협상처럼 관세 철회를 이끌어낼 협상 카드를 준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거나,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투자 계획을 제안하는 방안이 거론될 수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한국 자동차 부품 산업에 큰 도전이지만, 이를 잘 대응한다면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중소 부품사들이 기술 경쟁력을 키운다면 장기적으로 산업 체질이 개선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신속한 대책과 업계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불확실성 속에서 대비를 시작할 때입니다. 한국GM의 노사 방미,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수출 계획 등 업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부도 중소 부품사를 살리고,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든, 협상으로 완화되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이더리움, 3개월 만에 50% 하락 : 재단 리더십에 대한 불만 고조 (9) | 2025.03.16 |
---|---|
더본코리아 공모가 대비 주가 반토막 : 반등은 가능할까? (17) | 2025.03.16 |
한국 스마트폰 시장:애플의 약진과 삼성의 고민 (7) | 2025.03.15 |
미국 주식담보대출 열풍, '빚투 서학개미'의 빛과 그림자 (14) | 2025.03.14 |
닷컴 버블 25주년과 AI 버블의 그림자 (8) | 2025.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