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넷플릭스에 맞서는 토종 OTT: 티빙-웨이브 합병의 의미

궁금이

by 인앤건LOVE 2025. 6. 13. 12:01

본문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며 본격적인 통합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 합병은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국내 OTT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물립니다. 이번 글글에서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의 배경,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조건, 시장에 미칠 영향, 그리고 향후 과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티빙-웨이브 합병의 배경 : 넷플릭스 독주에 맞서다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2024년 기준 33.9%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티빙(21.1%)과 웨이브(12.4%)는 각각 2위와 4위로, 넷플릭스와의 격차가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합병하면 단순 합산 점유율이 33.5%로, 넷플릭스와 0.4%포인트 차이로 좁혀지며 양강 구도가 형성됩니다.

티빙은 CJ ENM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tvN, JTBC 등 인기 채널의 드라마와 예능을 기반으로 독점 콘텐츠를 확보해왔습니다. 웨이브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콘텐츠와 실시간 방송, KBO 중계 등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양사의 합병은 콘텐츠와 플랫폼 역량을 결합해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20.3%) 등 글로벌 OTT에 맞설 토종 OTT 공룡을 탄생시키려는 시도입니다.

합병 논의는 2023년 12월 양해각서(MOU) 체결로 시작되었으며, 2024년 11월 CJ ENM과 티빙의 임직원이 웨이브 이사 8인 중 5인과 감사 1인을 겸임하는 기업결합안을 공정위에 신고하며 본격화되었습니다. 이는 넷플릭스의 독주와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7.7%)의 추격 속에서 국내 OTT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 경쟁 제한 우려와 시정 조치

2025년 6월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습니다. 공정위는 이 합병이 국내 OTT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위 4개사(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가 3개사로 줄며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고, 사업자의 가격 인상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티빙과 웨이브의 충성 구독자층과 독점 콘텐츠(실시간 방송, KBO 중계 등)는 소비자의 플랫폼 전환을 어렵게 만들어 가격 민감도를 낮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다음과 같은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했습니다:

  • 2026년 말까지 현행 요금제를 유지해야 하며, 통합 서비스 출시 시 기존과 유사한 가격·서비스의 신규 요금제를 제공해야 한다.
  • 기존 가입자가 해지 후 한 달 이내 재가입을 요청할 경우 현행 요금제로 재가입을 허용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합병으로 인한 구독료 인상 가능성을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려는 조치입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조치는 가격 인상 효과를 차단해 구독자 피해를 예방하면서도 콘텐츠 수급·제작 역량을 높이려는 합병 취지를 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또한 CJ와 SK 계열사의 결합이 콘텐츠 수급 봉쇄나 이동통신·OTT 결합 판매로 경쟁사를 배제할 우려는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주요 OTT 사업자들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유하고, CJ를 대체할 콘텐츠 공급 업체가 다수 존재하며, KT와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시장의 대체자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합병의 기대 효과 : 규모의 경제와 콘텐츠 경쟁력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첫째,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합니다. 양사는 매년 수천억 원을 콘텐츠 매입과 제작에 지출하며 적자를 기록해왔습니다. 2023년 티빙은 1,420억 원, 웨이브는 79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합병으로 콘텐츠 매입 경쟁이 줄어들면 무형자산 취득비(티빙 1,543억 원, 웨이브 944억 원)가 절감되고, 광고·마케팅 비용도 효율화될 수 있습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복 비용 절감으로 최대 2,000억 원의 이익 개선이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둘째,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됩니다. 티빙의 드라마·예능과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 실시간 방송, 스포츠 중계가 한 플랫폼에 모이면 국내 방영 콘텐츠의 대부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 전략에 맞서는 차별화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티빙의 ‘선재 업고 튀어’ 같은 인기 드라마와 웨이브의 KBO 독점 중계는 상호보완적입니다.

셋째,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으며, 합병 OTT는 이를 실현할 잠재력을 갖췄습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국내 OTT가 필요하다”며 합병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넷플릭스와의 경쟁 : 양강 구도와 도전 과제

합병 후 티빙과 웨이브의 단순 합산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2024년 10월 기준 933만 명으로, 넷플릭스(1,137만 명)에 근접합니다. 이용시간 기준으로는 합병 OTT가 46.7%로 넷플릭스(39.0%)를 앞섭니다. 이는 토종 OTT가 넷플릭스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자금력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2023년 넷플릭스는 약 9조 8,200억 원의 현금을 보유했으며, 한국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2013년 3억 원에서 2024년 30억 원으로 10배 증가한 상황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티빙과 웨이브는 적자 구조로 인해 제작비 부담이 큽니다.

넷플릭스는 티빙-웨이브 합병에 대응해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기본 요금제(9,500원) 판매를 중단하고 광고 요금제를 유도하며 수익성을 높였으며, 2024년 10월 네이버플러스와 제휴를 통해 접근성을 확대했습니다. 또한, 방송사들에 더 나은 콘텐츠 공급 조건을 제시하며 합병 OTT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합병의 걸림돌 : 주주 합의와 KT의 입장

합병은 공정위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주주 전원 합의라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특히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지분 13.5%)의 입장이 변수입니다. KT는 자사 IPTV 사업(지니TV, ENA)과 합병 OTT 간 경쟁으로 인해 시장 지배력 약화를 우려하며 합병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2024년 2분기 KT의 IPTV 가입자는 942만 3,000명으로 전년 대비 감소하며 성장 둔화를 겪고 있습니다.

2024년 10월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합병에 동의하며 협상이 진전되었지만, KT의 최종 찬성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KT는 “유료방송 시장 전체를 고려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합병 후 지분 매각 가능성도 언급되었습니다. 공정위 승인 이후 양사는 2025년 가을 통합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KT의 결정에 따라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 : 요금제와 콘텐츠 선택권

공정위의 요금제 유지 조건은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티빙과 웨이브는 2026년 말까지 현행 요금제를 유지하고, 통합 서비스에서도 유사한 가격대의 요금제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며, 합병으로 인한 구독료 인상 우려를 완화하려는 조치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구독료 인상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합병 OTT가 콘텐츠 제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결국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특히, KBO 중계와 같은 독점 콘텐츠를 선호하는 구독자는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어려워 가격 인상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합병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한 플랫폼에서 제공되면 소비자는 더 풍부한 시청 경험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티빙의 드라마와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를 단일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글로벌 시장과 K-콘텐츠의 미래

티빙-웨이브 합병은 국내 OTT 시장뿐 아니라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토종 OTT는 자금력 부족으로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합병으로 비용 구조가 개선되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해외 시장 유통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합병 OTT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방송사들이 단기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AI와 CG를 활용한 비용 절감과 공동 콘텐츠 제작을 제안했습니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스포츠 중계와 예능 중심의 브랜드 차별화, 글로벌 시장 유통을 위한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비판과 한계 : 합병의 성공을 위한 과제

티빙-웨이브 합병은 기대를 모으지만, 한계도 존재합니다. 첫째, 넷플릭스의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는 여전히 넘기 어려운 벽입니다. 합병 OTT가 흑자 전환을 이루더라도,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규모를 따라잡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콘텐츠 쏠림 현상이 문제입니다. 넷플릭스가 방송사들과 협력해 인기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합병 OTT의 독점 콘텐츠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은 합병 이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KT의 반대와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난은 통합 서비스의 운영 방향에 불확실성을 더합니다. 유건식 성균관대 교수는 “콘텐츠의 넷플릭스 쏠림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라며, 토종 OTT의 자생력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토종 OTT의 새로운 시작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넷플릭스 중심의 OTT 시장에서 토종 플랫폼의 반격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으로 합병 절차는 한 단계 진전되었으며, 비용 절감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내 시장의 양강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KT의 주주 동의, 콘텐츠 차별화, 글로벌 시장 전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한국 OTT 시장은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 속에서 역설적으로 국내 플랫폼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잠재력을 갖췄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다양한 콘텐츠와 합리적인 요금제를 기대할 수 있으며, 업계는 규모의 경제와 협력을 통해 K-콘텐츠의 미래를 열어갈 것입니다. 합병 OTT가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2025년은 그 결과를 확인할 중요한 해가 될 것입니다.

 

728x9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