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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성평등지수 2023년 첫 하락: 양성평등의식 약화와 그 배경

궁금이

by 인앤건LOVE 2025. 4. 2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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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의 ‘국가성평등지수’가 2010년 집계 시작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하락하며 65.4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66.2점에서 0.8점 감소한 수치로, 양성평등의식과 돌봄 영역에서의 점수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가족 내 성별 역할 고정관념이 크게 악화되며 사회적 인식의 후퇴가 두드러졌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의 하락 원인, 세부 영역별 분석, 지역별 성평등 수준, 그리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심층 탐구한다.


1. 국가성평등지수란 무엇인가?

국가성평등지수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한국의 양성평등 수준을 계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2010년부터 여성가족부가 매년 발표하는 지표다. 이 지수는 남녀 간 격차를 측정하며, 완전 평등은 100점, 완전 불평등은 0점으로 나타낸다. 지수는 고용, 소득, 교육, 건강, 돌봄, 양성평등의식, 의사결정 등 7개 영역과 23개 세부 지표로 구성되며, 각 영역의 성평등 수준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2010년 66.1점으로 시작된 지수는 꾸준히 상승해 2021년 75.4점까지 올랐다. 그러나 2022년 지표 체계가 대폭 개편되며 2021년 지수가 새 기준으로 65.7점으로 재산출되었고, 2022년에는 66.2점으로 소폭 상승했다. 2023년은 개편 이후 처음으로 지* 전년 대비 하락한 해로, 한국 사회의 성평등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2.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 : 하락의 주요 원인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는 65.4점으로, 2022년 대비 0.8점 하락했다. 여성가족부는 지표 체계가 2022년에 개편되었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고 밝혔지만, 개편 이후 첫 하락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락의 주요 원인은 양성평등의식과 돌봄 영역에서의 점수 감소다.

(1) 양성평등의식 :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의 심화

양성평등의식 영역은 2022년 80점에서 2023년 73.2점으로 6.8점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특히 세부 지표인 ‘가족 내 성별 역할 고정관념’은 60.1점에서 43.7점으로 16.4점이나 급락했다. 이는 가사와 육아를 여성의 역할로 보는 고정관념이 강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주류화연구 본부장은 “이 지표는 개인의 주관적 인식을 반영하기 때문에 하락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3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사는 주로 여성이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 비율이 2020년 12.8%에서 2023년 26.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정 내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반페미니즘 정서가 젊은 남성층(‘이대남’)을 중심으로 확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2) 돌봄 : 여성 중심의 육아 지원 제도 사용

돌봄 영역은 2022년 33.0점에서 2023년 32.9점으로 소폭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돌봄 기관 운영이 중단되고 원격 수업이 늘어나며 가정 내 돌봄 부담이 증가한 결과다. 또한, 육아휴직 등 정부의 육아 지원 제도를 주로 여성이 사용하며 성별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2023년 육아휴직 사용률은 전체 34.7%로, 남성의 사용률(약 10%)이 여성(약 60%)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는 돌봄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3) 기타 요인 : 사회적·문화적 배경

양성평등의식 하락에는 복합적인 사회적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코로나19 이후 여성의 가정 내 돌봄 부담이 증가하며 전통적 성역할이 강화되었다. 둘째,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반페미니즘 정서가 확산되며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이대남’(20대 남성) 중심의 단체인 ‘당당위’는 페미니즘이 남성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셋째,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젠더 이슈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며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양극화되었다.


3. 영역별 성평등 수준 : 빛과 그림자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는 7개 영역에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였다.

  • 교육 (95.6점) :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거의 완전 평등에 가까웠다. 한국교육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여성의 고등교육 진학률은 76.9%로 남성(73.1%)을 앞질렀다. 이는 교육 접근성과 성취도에서 성별 격차가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
  • 건강 (94.2점) : 건강 접근성과 기대수명에서 높은 평등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여성의 재생산 자율권(예: 낙태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 소득 (79.4점) : 2022년 78.3점에서 소폭 상승했으나, OECD 평균(13.1%)보다 높은 34.6%의 성별 임금 격차는 여전히 문제다.
  • 고용 (74.4점) : 2022년 74.0점에서 개선되었으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60%)은 남성(75%)보다 낮고,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이 어렵다.
  • 양성평등의식 (73.2점)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큰 하락을 기록하며 사회적 인식의 후퇴를 드러냈다.
  • 돌봄 (32.9점) : 낮은 점수는 돌봄 노동의 성별 불균형과 부족한 공공 돌봄 인프라를 반영한다.
  • 의사결정 (32.5점) : 여성의 고위직 및 정치 대표성 부족이 두드러졌다. 2023년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은 19.2%에 불과하며, 장관급 여성 비율도 27%로 낮다.

교육과 건강은 높은 점수를 유지했지만, 돌봄과 의사결정 영역은 30점대에 머물며 성평등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4. 지역별 성평등지수 : 서울·제주 상위, 부산·경북 하위

2023년 지역성평등지수는 전국 17개 시·도를 4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했다.

  • 상위 지역 (74.05~71.57점) : 서울, 대전, 세종, 충남, 제주
  • 중상위 지역 (70.84~69.83점) : 대구, 광주, 강원, 전북
  • 중하위 지역 (69.76~69.07점) : 인천, 경기, 충북, 경남
  • 하위 지역 (68.72~67.74점) : 부산, 울산, 전남, 경북

서울과 제주는 교육, 건강, 고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특히 제주는 돌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되어 상위권에 포함되었다. 반면, 부산과 경북은 양성평등의식과 의사결정 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는 지역별 경제적·문화적 차이와 정책 우선순위의 차이를 반영한다.


5. 글로벌 비교 : 한국의 성평등은 어디에?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낮은 편이다. 2024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성별 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146개국 중 94위(0.7점)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05위(0.68점)에서 개선된 순위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특히 정치적 권한(0.22점)과 경제적 참여(0.68점)에서 큰 격차를 보였으며, 교육(0.98점)과 건강(0.98점)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4.6%로 가장 크며,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에서도 2023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경력 지속성에서 구조적 장벽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반면, 아이슬란드(0.908점),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는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며 모범 사례로 꼽힌다.


6. 하락의 시사점과 과제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의 하락은 한국 사회의 성평등이 정체 또는 후퇴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주요 시사점과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양성평등의식 개선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의 심화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요구한다. 학교 교육, 미디어 캠페인, 공공 토론 등을 통해 성평등 가치를 확산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20~3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완화하기 위한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2) 돌봄 인프라 강화

돌봄 영역의 낮은 점수는 공공 돌봄 서비스의 부족과 성별 불균형을 반영한다. 정부는 어린이집, 유치원, 노인 돌봄 시설을 확충하고,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는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 2023년 정부는 ‘새일센터’를 통해 여성의 직업 훈련과 재취업을 지원하며, 인턴십 후 정규직 전환 기업에 400만 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3)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 확대

의사결정 영역의 낮은 점수는 여성의 정치적·경제적 대표성 부족을 드러낸다. 국회와 기업의 여성 할당제 도입, 고위직 여성 멘토링 프로그램, 그리고 정치인 양성 과정이 필요하다. 2024년 기준 국회 여성 의원 비율(19.2%)은 OECD 평균(32%)에 크게 못 미친다.

(4) 법적·제도적 지원 강화

성별 임금 격차와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업의 임금 투명성 강화, 성차별적 고용 관행에 대한 처벌, 그리고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와 직장 내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한 법적·교육적 조치가 시급하다.

(5) 데이터와 정책 연계

국가성평등지수의 세부 지표는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지수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별·영역별 맞춤형 정책을 설계하고, 장기적인 성평등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한, 지표의 투명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편된 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7. 성평등으로 가는 길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의 하락은 한국 사회가 성평등에서 한 걸음 물러선 순간이다. 양성평등의식의 약화와 돌봄 부담의 성별 불균형은 깊이 뿌리박힌 문화적·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그러나 교육과 건강 영역의 높은 점수, 그리고 소득과 고용의 소폭 개선은 희망의 씨앗이다.

한국이 진정한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려면, 개인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 혁신이 동시에 필요하다. 가정에서부터 학교, 직장, 국회까지 성평등의 가치를 실천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기회와 책임을 나누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2023년의 후퇴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이를 계기로 한국 사회가 더 공정하고 포용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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