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5초 법칙’의 진실 : 바닥에 떨어진 음식, 정말 안전할까?

궁금이

by 인앤건LOVE 2025. 4. 22. 10:10

본문

‘5초 법칙’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도시 전설이다. 바닥에 음식이 떨어졌을 때 5초 안에 주우면 박테리아가 붙을 시간이 없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법칙은 친구들과의 가벼운 대화나 가족 모임에서 종종 농담처럼 언급되며, 심지어 많은 이들이 실제로 실천한다. 하지만 최근 과학적 실험과 연구들은 이 ‘5초 법칙’이 단순한 미신에 불과하며, 심지어 잠재적으로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5초 법칙’의 기원, 과학적 연구 결과, 그리고 우리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해본다.


1. ‘5초 법칙’의 기원 : 전설인가, 역사인가?

‘5초 법칙’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여러 설이 전해진다. 가장 흥미로운 설 중 하나는 13세기 몽골 제국의 칭기즈칸과 관련된 이야기다. 칭기즈칸이 연회에서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계속 먹도록 명령했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이른바 “칸의 법칙”이 ‘5초 법칙’의 원형이라는 주장이다. 당시에는 미생물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에, 음식이 바닥에 떨어져도 귀중한 자원으로 여겨졌다.

또 다른 설은 1960년대 미국의 유명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와 연결된다. 그녀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팬케이크를 난로 위에 떨어뜨린 뒤 다시 주워 “아직 먹어도 괜찮다”고 말한 장면이 ‘5초 법칙’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비쳤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에 들어서는 ‘5초 법칙’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며, 특히 서구권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 일상적인 식사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법칙은 과학적 근거보다는 문화적 관습과 심리적 위안에 더 가깝다. 사람들은 음식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조금 떨어졌을 뿐이야”라는 낙관적 태도로 이 법칙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2. 과학이 말하는 ‘5초 법칙’ : 실험 결과들

‘5초 법칙’은 직관적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과학적 검증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연구가 이를 반박하고 있다. 아래는 주요 연구와 최근 실험을 통해 드러난 사실들이다.

(1) 럿거스대학교의 2016년 연구

2016년 럿거스대학교의 식품과학자 도널드 샤프너(Donald Schaffner) 교수는 ‘5초 법칙’을 철저히 테스트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다양한 음식(수박, 식빵, 버터 바른 식빵, 젤리 캔디)과 표면(카펫, 세라믹 타일, 스테인리스강, 목재)을 대상으로, 1초 미만, 5초, 30초, 300초 동안 접촉했을 때 박테리아 전이 여부를 조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 즉각적인 오염: 음식이 바닥에 닿는 순간(1초 미만) 이미 박테리아가 전이되었다. 특히 수박과 같은 수분이 많은 음식은 즉시 많은 박테리아를 흡수했다.
  • 수분의 역할: 수분이 많은 음식일수록 박테리아 전이 속도가 빨랐다. 수박은 젤리 캔디보다 10배 이상 많은 박테리아를 흡수했다.
  • 표면의 차이: 카펫은 타일이나 스테인리스강에 비해 박테리아 전이율이 낮았지만,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았다.

샤프너 교수는 “5초 법칙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믿음”이라며, “박테리아는 음식이 바닥에 닿는 순간 전이된다”고 결론지었다.

(2) 시카고 미생물학자의 틱톡 실험

최근 시카고의 미생물학자 니콜라스 아이허(Nicholas Aiher)는 틱톡에서 ‘5초 법칙’을 테스트한 영상을 공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실험용 페트리 접시를 바닥에 0초에서 60초까지 다양한 시간 동안 노출시킨 뒤, 샘플을 배양해 박테리아 성장을 관찰했다. 결과는 모든 접시에서 수백 개의 박테리아 군집이 발견되었으며, 심지어 0초(즉, 바닥에 닿자마자 주운 경우)에서도 오염이 발생했다.

아이허는 “0초도 너무 길다. 5초든 60초든 오염 정도는 비슷하다”며, 시간에 따른 오염도 차이가 미미함을 강조했다. 이 영상은 2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는 “다시는 떨어진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했고, 다른 이들은 “어릴 때부터 먹었는데 멀쩡하다”며 기존 습관을 고수했다.

(3) 클렘슨대학교의 2007년 연구

2007년 클렘슨대학교의 폴 도슨(Paul Dawson) 교수는 살모넬라균을 이용해 ‘5초 법칙’을 테스트했다. 이 연구는 살모넬라균이 목재, 타일, 카펫 표면에서 28일 이상 생존할 수 있으며, 음식이 바닥에 닿는 즉시 전이된다는 점을 밝혔다. 특히, 볼로냐 햄과 식빵을 사용한 실험에서 5초 이내에도 99% 이상의 박테리아가 전이되었다.

도슨 교수는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바닥의 오염 수준과 음식의 특성”이라며, “깃털처럼 가벼운 음식이 떨어져도 박테리아는 즉시 달라붙는다”고 경고했다.

(4) 애스턴대학교의 2014년 연구

반면, 영국 애스턴대학교의 안토니 힐튼(Anthony Hilton) 교수는 2014년 연구에서 ‘5초 법칙’에 약간의 타당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는 에셰리키아 콜라이(E. coli)와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을 사용해 3초 이내에 주운 음식은 30초 이상 방치한 음식보다 박테리아 전이량이 적다고 밝혔다. 특히, 건조한 음식(토스트 등)은 습한 음식(사탕 등)보다 오염이 적었다. 그러나 힐튼 교수는 “바닥의 위생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며,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3. 왜 ‘5초 법칙’이 위험할까?

‘5초 법칙’을 둘러싼 과학적 논쟁은 몇 가지 핵심 요인으로 요약된다.

(1) 박테리아의 즉각적인 전이

박테리아는 다리가 없지만, 접촉 순간 표면의 수분이나 점착력을 통해 빠르게 이동한다. 특히 살모넬라, 대장균, 리스테리아 같은 병원성 박테리아는 소량만으로도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살모넬라균은 단 10~100개의 균만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2) 바닥의 오염 상태

바닥이 깨끗해 보여도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존재한다. 가정의 주방 바닥은 신발을 통해 외부에서 유입된 먼지, 애완동물의 털, 음식물 찌꺼기로 오염될 수 있다. 공공장소(식당, 학교 식당 등)는 더 위험하다. 미시간대학교의 감염 예방 전문가 니콜 니콜스(Nicole Nomides)는 “바닥은 화장실, 야외 등에서 추적된 미생물로 가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 음식의 수분과 표면

수분이 많은 음식(수박, 사과 조각 등)은 박테리아를 더 쉽게 흡수한다. 반면, 건조한 음식(크래커, 젤리 캔디)은 상대적으로 적은 박테리아를 흡수하지만,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다. 또한, 타일이나 스테인리스강 같은 매끄러운 표면은 카펫보다 박테리아 전이율이 높다.

(4) 면역 체계와 위험군

건강한 성인의 면역 체계는 소량의 박테리아를 처리할 수 있지만, 어린이, 노인, 임산부, 면역 저하자 등은 식중독에 더 취약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7600만 건의 식중독이 발생하며, 32만 5000건의 입원과 5000건의 사망이 보고된다.


4. ‘5초 법칙’에 대한 반론과 심리적 요인

‘5초 법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박테리아의 이동 속도가 느리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의 평균 이동 속도는 시속 0.00045마일로, 달팽이보다 67배 느리다고 한다. 따라서 5초 안에 주우면 박테리아가 음식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 박테리아는 이동하지 않고 접촉만으로 전이되며, 이는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5초 법칙’을 고수할까? 이는 심리적 요인과 관련이 깊다:

  • 음식 낭비에 대한 죄책감: 특히 맛있는 간식(쿠키, 사탕 등)을 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2003년 일리노이대학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70%의 여성과 56%의 남성이 ‘5초 법칙’을 알고 있으며, 특히 여성과 사탕/쿠키류에서 이를 더 자주 실천한다.
  • 보이지 않는 위협의 무시: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니콜 니콜스는 이를 “사람들은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 사회적 관습: ‘5초 법칙’은 친구나 가족 사이에서 농담처럼 공유되며, 이를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허의 틱톡 영상에 달린 댓글처럼, 많은 이들이 “평생 먹었는데 괜찮았다”며 경험적 낙관주의를 드러낸다.

5. 안전한 대처법: 떨어진 음식, 어떻게 해야 할까?

과학적 증거를 종합하면, ‘5초 법칙’은 신뢰할 만한 식품 안전 지침이 아니다. 그렇다면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아래는 실용적인 조언이다.

(1) 기본 원칙: 버리기

가장 안전한 선택은 떨어진 음식을 버리는 것이다. 특히 공공장소(식당, 학교, 병원 등)나 오염 가능성이 높은 곳(주방, 화장실 근처)에서 떨어진 음식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

(2) 세척 가능한 음식

사과, 감자, 블루베리 등 껍질을 벗기거나 세척할 수 있는 음식은 흐르는 물로 철저히 씻으면 안전할 수 있다. 그러나 젖은 음식(수박 조각 등)은 세척해도 박테리아가 내부로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 바닥 위생 관리

가정에서는 바닥을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소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거나 애완동물의 위생을 관리하면 바닥 오염을 줄일 수 있다.

(4) 고위험군 보호

어린이, 노인, 임산부, 만성질환자는 떨어진 음식을 절대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들은 식중독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높다.

(5) 대체 방안

음식을 떨어뜨렸을 때 먹고 싶다면, 해당 음식을 요리하거나 가열(75°C 이상)하면 박테리아를 사멸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제한된 상황(예: 가정에서 깨끗한 바닥)에만 적용된다.


6. ‘5초 법칙’의 문화적 의미와 미래

‘5초 법칙’은 단순한 식품 안전 규칙을 넘어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음식 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한 낙관적 태도, 그리고 공유된 사회적 유머를 반영한다. 그러나 과학적 증거가 이 법칙을 반박함에 따라, 대중의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아이허의 틱톡 영상처럼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젊은 세대에게 ‘5초 법칙’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5초 법칙’은 점차 퇴색할 가능성이 크다. 식품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특히 팬데믹 이후 위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더 민감해졌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샤프너 교수가 말했듯, “사람들은 이 법칙이 사실이기를 정말로 원한다.” 이는 인간의 심리적 위안과 실용주의가 얽힌 복잡한 현상이다.


‘5초 법칙’은 매력적인 도시 전설이지만, 과학적으로는 신뢰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럿거스, 클렘슨, 애스턴 대학교의 연구와 아이허의 틱톡 실험은 음식이 바닥에 닿는 순간 박테리아가 전이되며, 시간보다는 음식의 수분과 바닥의 상태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살모넬라 같은 병원성 박테리아는 소량으로도 건강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떨어진 음식은 버리거나 철저히 세척하는 것이 최선이다.

 

728x9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