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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37년 만의 위기, 코로나 이후 첫 역성장

머니 스토리

by 인앤건LOVE 2025. 4. 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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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편의점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4.6%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2월(-2.7%)과 3월(-1.9%)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코로나19라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1988년 국내 편의점 산업이 시작된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맞이한 역성장이라는 점이다. 편의점은 그동안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며 한국 유통업계의 '불패 신화'로 불려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위기가 찾아온 걸까? 이번 글에서는 편의점 매출 역성장의 원인과 배경,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1. 2025년 2월, 편의점 매출의 급격한 하락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2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 이는 식품(-5.4%)과 비식품(-3.6%) 모든 품목에서 고른 감소세를 보인 결과다. 특히 이번 역성장은 단순히 특정 품목의 부진에 그치지 않고, 전체적인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여준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유통업체 전체 매출은 7.7% 감소했으며, 그중 대형마트(-18.8%)와 편의점(-4.6%)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는 16.7% 증가하며 온·오프라인 간 소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알렸다.

이번 매출 감소에는 몇 가지 외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지난해 설 연휴가 2월에 있었던 반면 올해는 1월로 이동하며 설 특수가 빠진 점이다. 둘째, 2024년 2월이 윤년으로 하루 더 길었던 데 비해 2025년 2월은 영업일이 하루 줄어든 영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은 모든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조건임에도,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타격이 유독 컸다는 점에서 단순히 일시적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2. 편의점, 그동안의 성장 신화

편의점은 한국에서 1988년 첫 점포가 문을 연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매출 조사를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2020년 초를 제외하면, 어떤 경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8%, 10.8%라는 높은 연간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팬데믹 속에서도 '근거리 소비 채널'로 각광받았다. 고금리·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2023년에도 성장세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째,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간편식과 소량 구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둘째, 편의점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빠른 쇼핑이 가능해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되었다. 셋째, PB(자체브랜드) 상품 개발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이 모든 강점이 흔들리고 있는 듯 보인다.


3. 2025년, 무엇이 달라졌나?

올해 초부터 편의점 업계에 불어닥친 변화는 이미 1월부터 감지되었다. 2025년 1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설 특수로 큰 폭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을 때도 편의점은 1.7% 성장에 그쳤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16.1%), 백화점(10.3%), SSM(4.8%)이 두 자릿수 또는 그에 준하는 성장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리고 2월에 이르러서는 5년 만에 역성장으로 전환되며, 감소 폭(-4.6%)이 코로나19 초기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코로나19 초기라는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사실상 37년 만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고금리·고물가의 지속적인 압박

2023년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 기조는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비필수재 소비를 줄이고, 필수재 중심의 구매 패턴으로 전환했다. 편의점은 간편식과 생필품 위주로 판매되지만, 외식비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대용식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대안을 찾아 온라인 쇼핑이나 대형마트 할인 행사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포화와 과당 경쟁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2023년 말 기준 약 5만 5,580개로, 인구 1,000명당 1개꼴에 달한다. 이는 일본을 넘어선 세계 최고 수준의 밀도다. 하지만 과도한 출점 경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점포 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 상권이 중복되면서 매출이 분산되고, 신규 점포의 채산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산업은 2025년 0.3% 역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온라인 유통의 급성장

2월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16.7%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은 7.7% 감소하며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새벽배송과 같은 온라인 식품 구매가 대중화되면서, 편의점의 간편식 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집에서도 편리하게 필요한 물건을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 굳이 편의점을 찾을 이유가 줄어들었다.


4. 업계의 대응과 앞으로의 전망

편의점 업계는 이번 위기를 단순한 일시적 충격으로 보지 않고,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과거에도 위기 때마다 PB 상품 개발, 서비스 확장, 해외 진출 등으로 돌파구를 찾아왔던 만큼, 이번에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 강화가 필수다. 초저가 상품이나 건강식 같은 트렌드에 맞춘 상품 출시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CU는 990원 삼각김밥, GS25는 900원 컵라면 등 저가 상품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있다.

둘째, 해외 시장 개척이다. CU와 GS25는 이미 베트남, 몽골 등에서 점포를 확장하며 글로벌 500호점을 돌파했고, 2025년까지 1,000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셋째, 운영 효율화와 우량 점포 중심의 출점 전략으로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출점 대신 상권 최적화와 비용 절감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온라인 유통의 성장세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편의점이 과거처럼 '근거리 소비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려면, 소비자 니즈에 맞춘 혁신과 질적 성장이 필수적이다.


5. 편의점의 미래는?

편의점 매출의 37년 만의 역성장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소비 패턴의 변화, 경제 환경의 악화, 그리고 업계 내 경쟁 심화가 맞물린 결과다. 편의점이 지금까지 보여준 회복력과 적응력을 고려하면 이번 위기도 극복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질적 성장과 차별화로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아야 할 때다. 2025년, 편의점 업계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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