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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계수 지표는 좋아졌는데, 왜 체감은 나쁠까?

머니 스토리

by 인앤건LOVE 2025. 3. 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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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계수 지표는 좋아졌는데,

왜 체감은 나쁠까?

2023년, 한국의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가 2022년 0.324에서 2023년 0.323으로 소폭 하락하며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득 5분위 배율도 5.72배로 전년 대비 0.04배포인트 줄어 역시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 평등을,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을 의미하니, 이론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평등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소식에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자영업자가 줄줄이 망하고,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무슨 소리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실제로 통계와 현실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었다는 지표와 달리, 자산 불평등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고, 중산층의 체감은 점점 더 어두워진다. 왜 이런 틈이 생기는 걸까? 통계는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이 문제를 깊이 파헤쳐본다.

출처 : 통계청

1. 통계가 말하는 불평등 완화: 사실일까?

통계청의 가금복은 매년 2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 자산, 부채 등을 조사해 불평등 지표를 산출한다. 2023년 기준 지니계수 0.323은 2012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 ÷ 하위 20% 소득) 역시 5.72배로 줄었다. 이는 소득 최상층과 최하층의 격차가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불평등 연구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2010년대 이후 지속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장용성 서울대 교수와 한종석 아주대 교수의 논문(20년간 한국의 소득 불평등과 이동성)은 지난 20년간 상·하위 10%의 소득 격차(10분위 배율)가 27.4%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논문이 보도되자 여론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반발했고, 결국 외부 공개가 중단되었다.

숭실대 정인관 교수는 "객관적 지표가 긍정적이더라도,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중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통합위원회는 한국의 지니계수가 캐나다·호주보다 높고 일본·미국·영국보다는 낮다고 발표하면서도, 빈부 격차에 대한 국민 불안이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출처 : 통계청

2. 불평등 완화의 숨은 진실: 최상층과 최하층의 변화

지표 개선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불평등 완화가 중산층이 아닌 최상층과 최하층의 변화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위층의 소득 증가: 박근혜 정부 이후 복지 확대 정책으로 공적이전소득(공적연금, 기초연금 등)이 꾸준히 늘었다. 2023년 소득 1분위(하위 10%)의 공적이전소득은 596만원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2012년 이후 매년 4~20%씩 상승하며, 전체 소득은 1019만원으로 5년 전보다 35.8% 늘었다.

상위층의 소득 정체: 반면, 소득 10분위(상위 10%)는 사업소득이 줄었다. 2023년 사업소득은 3756만원으로, 2018년(4212만원)보다 낮다. 근로소득은 늘었지만(2496만원 증가), 전체 소득 증가율은 20.4%로 하위층(35.8%)보다 낮았다. 중간층(5분위) 역시 22.5% 상승에 그쳤다.

강원대 정준호 교수는 "지니계수는 전체 분포를 한 숫자로 압축하기 때문에 특정 계층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며 "중산층과 하위층 격차는 줄었지만, 중산층과 상위층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산층 입장에서는 고소득층과의 거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출처 : 통계청

3. 자산 불평등: 소득보다 더 큰 문제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었다 해도, 자산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정인관 교수는 "한국에서 불평등 체감은 소득보다 자산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말한다. 가금복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가구 평균 자산은 5억 4022만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지만,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양극화는 여전하다. 집을 살 수 없는 현실에서 소득 지표 개선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출처 : 통계청

4. 통계의 한계: 최상위층은 어디에?

가금복은 소득과 자산을 모두 조사하는 유일한 자료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특히 최상위층이 과소대표되는 문제가 크다.

소득 조사: 과거 설문조사 방식에서 행정자료 보완으로 전환하며 정확도가 높아졌지만, 김낙년 전 동국대 교수는 "최상위층의 금융소득(배당·이자)이 조사에서 누락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종성 연세대 교수도 2021년 자료를 분석하며 고소득층 샘플링 문제를 제기했다.

자산 조사: 자산은 행정자료 보완이 어려워 설문에 의존한다. 통계청은 "금융자산은 실명법, 부동산은 공시가와 실거래가 차이로 한계가 있다"고 인정한다. 김 전 교수의 소득자본화 분석에 따르면, 연소득 5억원 이상 구간에서 가금복이 파악한 금융자산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5. 노르웨이와의 비교: 이상적인 통계의 꿈

노르웨이 통계청의 가계 소득 및 재산 통계는 소득과 자산을 시장가치로 반영하며, 상위 0.1%, 1%, 5%의 부 점유율까지 공개한다. 반면 한국은 이런 세부 데이터가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가금복 개선이나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한 전수조사를 제안한다. 2024년 공익허브 설문조사에서 성인 71.4%가 자산·소득 전수조사에 찬성하며, 개인정보 동의도 긍정적이었다.

지니계수 하락은 긍정적이지만, 중산층의 정체와 자산 불평등 심화, 조사 한계로 인해 체감과 어긋난다.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려면 더 정교한 데이터와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 노르웨이처럼 꿈꾸는 통계는 멀게만 느껴진다. 당신은 이 괴리를 어떻게 보나? 통계 뒤 숨은 진실을 계속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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