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수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반려동물 관련 소비는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하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KB국민카드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반려동물 업종의 카드 이용 금액이 30% 늘었으며, 특히 60대 이상의 소비 증가율이 60%에 달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의 증가와 함께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 변화가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그 배경, 그리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반려동물 업종 소비, 3년 만에 30% 증가
KB국민카드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반려동물 업종(동물병원, 용품 전문점)에서 이용된 354만 명의 결제 데이터 2,485만 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반려동물 업종 이용 고객 수는 2021년 대비 39% 증가했으며, 이용 금액은 30% 늘어났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내수 소비가 정체된 것과 대조적인 결과로, 반려동물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줍니다.
특히,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전체 이용 고객의 2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20대와 40대(각 22%), 50대(20%), 60대 이상(1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용 금액 증가율에서는 60대 이상이 60%로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주목받았습니다.
60대 이상, 반려동물 소비의 큰손으로 부상
60대 이상의 반려동물 관련 소비는 특히 두드러집니다. 이 연령대의 반려동물 용품 이용 금액은 3년간 77% 증가했으며, 동물병원 관련 지출은 57% 늘었습니다. 이러한 소비 증가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그리고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웰에이징’ 트렌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반려견과 반려묘는 총 349만 마리로 2021년 대비 6.3% 증가했습니다. 이 중 60대 이상 반려인의 비율은 약 15%로, 3년 전보다 2%p 상승했습니다. 특히, 이 연령대는 반려동물을 위한 고급 사료, 건강기능식품, 의료 서비스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60대 이상의 반려동물 건강관리 지출은 평균 월 25만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전체 평균(18.6만원)을 크게 상회합니다.
한 60대 반려인은 “반려견이 나에게는 가족이자 삶의 동반자”라며 “건강한 먹거리를 챙기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데려가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반려동물이 단순한 애완동물을 넘어 정서적 유대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온라인 소비의 급증, 고양이 용품 시장 두각
반려동물 용품 소비에서 온라인 구매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2024년 반려동물 용품의 온라인 구매액 비중은 64%로, 2021년 대비 53% 증가했습니다. 이는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반려동물 용품 전문몰의 약진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면, 오프라인 가맹점 구매액도 27% 늘어나며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반려동물 소비가 활발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고양이 용품의 매출 증가율이 강아지 용품을 앞질렀습니다. 3년간 고양이 용품 매출은 81% 증가한 반면, 강아지 용품은 49%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는 반려묘 양육 인구의 급증과 관련이 있습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635만 마리였던 반려동물 개체수는 2022년 799만 마리로 늘었으며, 특히 반려묘 개체수 증가가 두드러졌습니다. 반려묘는 1인 가구나 소규모 가구에서 선호되며, 고양이 사료, 장난감, 캣타워 등 관련 용품의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오픈서베이의 ‘2023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반려묘 양육자는 주로 20·30대와 1인 가구로 구성되며, 이들은 고양이의 건강과 취향을 고려한 고급 사료와 간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합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 전용 영양제와 기능성 간식의 매출은 2023년 기준 2.5배 증가하며 반려동물 소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습니다.
동물병원 시장, 대형화와 집중화
동물병원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KB국민카드 데이터에 따르면, 동물병원 가맹점 수는 2021년 약 1만4,000개에서 2024년 약 1만7,000개로 24% 증가했습니다. 특히, 매출 상위 10% 동물병원의 매출 비중은 2021년 62%에서 2024년 68%로 상승하며, 대형 동물병원 중심으로 소비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는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의 전문화와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형 동물병원은 첨단 진단 장비와 전문 수의사를 갖추고, 예방접종부터 정밀 수술, 재활 치료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 노원구의 한 대형 동물병원은 반려동물 전용 MRI와 치과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며, 2024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에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반려동물 1마리당 월평균 의료비는 약 10만원으로, 3년 전 7.5만원 대비 33% 늘었습니다. 특히, 고령 반려동물의 증가로 만성질환 관리와 노령견·묘를 위한 재활 치료 수요가 증가하며 동물병원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시장, 왜 이렇게 뜨거울까?
반려동물 관련 소비의 급증은 사회적·경제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첫째, 반려동물 양육 인구의 증가가 주요 원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은 28.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체 가구의 약 26%에 해당하는 552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0~2022년) 동안 반려동물 입양률이 급증하며 이러한 트렌드가 가속화되었습니다.
둘째,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가 반려동물 소비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60대 이상은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연결을 추구하며, 1인 가구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적극적으로 지출합니다. 특히, 40대 여성은 반려동물 용품과 서비스 소비의 주요 수요층으로 부상했으며, 모바일 앱과 온라인 커머스에서 이들의 비중이 2022년 기준 35%를 넘어섰습니다.
셋째,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 ‘애완동물’로 여겨지던 동물은 이제 ‘반려동물’로, 가족의 일원으로 대우받습니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가구의 81.6%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며, 67.3%가 양육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반려동물 관련 지출을 ‘필수 소비’로 여기게 만들며 시장 성장을 뒷받침합니다.
산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은 다양한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22년 약 8.5조원에서 2032년 2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 등 4대 주력 사업의 성장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펫푸드 시장은 고급화와 다양화로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예를 들어, 유기농 사료와 맞춤형 영양제의 매출이 2023년 기준 전년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펫헬스케어는 대형 동물병원의 확장과 원격 의료 서비스 도입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펫테크는 스마트 급식기, 반려동물용 웨어러블 기기 등 기술 기반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 관련 영업장 수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반려동물 영업장은 2만3,565개로, 2021년 대비 14.5% 증가했으며, 종사자 수는 2만9,305명으로 14.9% 늘었습니다. 특히, 미용업과 위탁관리업, 운송업 등 서비스 중심 업종이 큰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과제와 전망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첫째, 유실·유기동물 문제입니다. 2024년 유실·유기동물은 약 10만7,000마리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반려동물 관리 의무가 강화되었지만, 책임감 있는 양육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둘째, 높은 의료비와 관련된 부담입니다. 대형 동물병원의 매출 집중은 전문화의 장점이 있지만, 높은 진료비로 인해 일부 반려인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은 저렴한 공공 동물병원 설립이나 보험 상품 개발로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 전망은 밝습니다. 반려동물 시장은 고소득층과 젊은 1인 가구, 노년층의 수요 증가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펫테크와 맞춤형 서비스의 발전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창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반려동물 건강 모니터링 앱과 스마트 펫 케어 기기의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반려동물 관련 지출은 꾸준히 증가하며 한국인의 삶에서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60대 이상의 높은 소비 증가율과 온라인 중심의 구매 트렌드, 고양이 용품 시장의 약진은 반려동물 시장의 다변화를 반영합니다. 이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 변화와 맞물린 현상입니다. 앞으로 반려동물 시장은 더욱 성장하며,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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