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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경제학, 지구와 인류를 위한 21세기 경제 비전

머니 스토리

by 인앤건LOVE 2025. 5. 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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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경제학이란 무엇인가?

도넛경제학(Doughnut Economics)은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가 2017년 주창한 혁신적인 경제 이론이다. 이 이론은 기존의 성장 중심 경제 패러다임을 넘어, 인간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존중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제시한다. 이름은 도넛 모양의 개념도에서 유래했으며, 도넛의 안쪽 원은 인간의 사회적 기초(식량, 물, 교육, 건강 등)를, 바깥 원은 지구의 생태적 한계(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 등)를 나타낸다. 이 두 경계 사이의 ‘도넛 영역’은 인류가 지속가능하게 번영할 수 있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이다.

도넛경제학은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도시와 지역에서 정책과 시민운동으로 구현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호주 멜버른, 영국 버밍엄 등 다양한 지역에서 도넛 모델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 글에서는 도넛경제학의 핵심 개념, 특징, 주요 사례, 그리고 그 의의를 자세히 탐구해보겠다.


도넛경제학의 핵심 개념

도넛경제학의 핵심은 ‘도넛 모형’이다. 이 모형은 두 개의 동심원으로 구성된다:

  1. 사회적 기초 (안쪽 원) : 도넛의 안쪽 원은 인간이 존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할 12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여기에는 식량, 깨끗한 물, 주거, 교육, 보건, 소득과 일자리, 성평등, 사회적 공평함, 정치적 발언권, 평화와 정의, 에너지 접근권, 정보망 등이 있다. 이 요소들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 차용된 것으로, 누구도 이 기초적 필요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2. 생태적 한계 (바깥 원) : 도넛의 바깥 원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적 한계를 나타낸다. 기후 변화, 해양 산성화, 화학적 오염, 질소·인 축적, 담수 고갈, 토지 개간, 생물다양성 손실, 대기 오염, 오존층 파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한계를 초과하면 생태계가 붕괴하고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다.
  3. 도넛 영역: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 , 도넛의 안쪽과 바깥쪽 경계 사이의 공간은 인류가 지속가능하게 번영할 수 있는 이상적인 영역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필요가 충족되며, 동시에 지구의 생태계가 보호된다. 도넛경제학은 경제 활동이 이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넛경제학의 주요 특징

도넛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21세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지닌다.

  1. 성장 중심 경제의 재정립 : 전통적인 경제학은 GDP(국내총생산)를 경제 건강의 핵심 지표로 삼아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GDP는 사회적 불평등, 환경 파괴, 삶의 질 저하 같은 문제를 반영하지 못한다. 도넛경제학은 ‘성장’ 대신 ‘번영’을 목표로 하며, 경제가 사회와 자연에 뿌리내린 시스템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본다.
  2. 순환과 분배 중심 경제 : 도넛경제학은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 대신 자원 순환과 재활용을 강조한다. 또한 소수에게 집중된 부와 권력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도록 분배적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후위기와 경제적 양극화 같은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다.
  3. 복잡계로서의 경제 이해 : 기존 경제학은 수요와 공급이 기계적으로 균형을 이룬다고 보았지만, 도넛경제학은 경제를 복잡하고 역동적인 시스템으로 본다. 이는 인간, 사회, 자연이 상호 의존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적 관점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사건은 전통 경제학으로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도넛경제학은 이러한 복잡성을 포용한다.
  4. 인간 본성의 재해석 : 전통 경제학은 인간을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가정했지만, 도넛경제학은 인간을 사회적이고 호혜적인 존재로 본다. 이는 협력, 공감, 상호 의존을 기반으로 한 경제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도넛경제학의 실천 사례

도넛경제학은 이론을 넘어 실제로 다양한 지역에서 정책과 커뮤니티 활동으로 구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도시 차원의 도넛 경제, 2020년, 암스테르담은 도넛경제액션랩(DEAL)과 협력해 ‘암스테르담 시티 도넛 초안’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위기와 팬데믹 상황에서 도시의 사회·경제적 회복을 목표로 삼았다. 도넛 모델을 통해 기후중립, 순환경제, 성평등, 주거 복지 등 다양한 의제를 통합적으로 접근했으며, 이는 도시 정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2. 호주 멜버른 : 시민 참여로 그린 도넛 초상화, 2021년, 멜버른의 시민단체 연합 ‘리전 멜버른’은 수많은 워크숍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멜버른 도넛’ 초상화를 완성했다. 이 초상화는 멜버른의 사회적 기초(주거, 교육, 일자리 등)가 부족하고, 생태적 한계(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등)를 초과한 상태임을 보여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웠다.
  3. 영국 버밍엄 레이디우드 : 동네 도넛 초상화, 2022년, 버밍엄의 레이디우드 지역에서는 시민단체 시빅 스퀘어가 주도한 ‘동네 도넛 초상화’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3년간 주민,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 교육, 토론을 통해 지역의 사회적·생태적 데이터를 도넛 모델에 시각화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공동체를 형성하고, 주민들에게 주체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발표 행사는 3일간의 축제로 이어지며 마을의 단합을 이끌어냈다.
  4. 한국의 사례 : 석관동의 작은 실험, 한국에서도 도넛경제학의 아이디어가 적용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두산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지하 주차장의 LED 조명 교체로 절약한 전기료를 경비원의 임금 인상에 사용했다. 이는 복지와 생태를 동시에 고려한 도넛경제학의 실천 사례로, 작은 규모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준다.

도넛경제학의 의의와 한계

도넛경제학은 경제의 목적을 ‘성장’에서 ‘번영’으로 재정립하며, 인간과 지구를 위한 균형 잡힌 발전을 추구한다. 이는 기후위기, 사회적 불평등, 자원 고갈 등 21세기의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는 강력한 프레임을 제공한다. 특히, 도넛 모델은 복잡한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시각화해 정책 입안자와 시민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도넛경제학은 지역 맞춤형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국가, 도시, 마을 단위에서 각 지역의 사회적·생태적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풀뿌리 운동과 정책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도넛경제학에도 한계는 있다.

첫째, 도넛 모델은 이상적인 비전을 제시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지역마다 달라질 수 있다.

둘째,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과의 충돌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나 성장 중심 정책을 추구하는 정부와의 마찰은 필연적이다.

셋째, 도넛경제학의 성공은 시민 참여와 공동체의 협력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사회적 신뢰와 협력 문화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구현이 어려울 수 있다.


도넛경제학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도넛경제학은 단순히 경제 이론을 넘어 삶의 방식과 사회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비전을 제시한다. 케이트 레이워스는 “이제 우리 모두가 경제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전문가에게만 맡겨진 경제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여해 도넛의 라인을 그려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도넛경제학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 우리의 지역은 도넛의 사회적 기초를 충족하고 있는가?
  • 우리는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가?
  • 어떻게 하면 우리의 경제 활동이 모두에게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번영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개인, 지역, 국가 단위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은 재활용과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고, 지역사회는 공유 경제와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며, 정부는 순환경제와 분배적 정책을 도입할 수 있다.


도넛경제학으로 그리는 내일의 비전

도넛경제학은 성장만을 추구하던 20세기 경제학을 박물관으로 보내고, 21세기의 복합적 위기에 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는 인간과 지구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실천적이고 희망적인 비전이다. 암스테르담, 멜버른, 레이디우드, 그리고 석관동의 사례는 도넛경제학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넛의 안쪽과 바깥쪽 경계를 넘나드는 용기와 상상력이다. 기후위기, 불평등, 자원 고갈이라는 도전에 직면한 지금, 도넛경제학은 우리에게 “모두가 함께, 지구와 더불어 번영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모두가 경제학자가 되어 도넛을 완성해 나가는 여정에 동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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