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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핀제마 : AI로 돌고래와 소통하는 새로운 시대

머니 스토리

by 인앤건LOVE 2025. 4. 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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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의 대화, SF가 현실로

과학소설(SF)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이 동물과 대화하는 장면은 늘 상상력을 자극했다. 2025년, 구글의 돌핀제마(DolphinGemma) AI 모델은 이 상상을 현실로 바꾸고 있다. 바하마섬 인근에서 어미 돌고래가 ‘뿌우’라는 휘파람 소리로 새끼를 부르면, AI가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의미를 파악한다. 심지어 AI가 같은 소리를 내어 돌고래와 소통까지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간과 동물 간의 의사소통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돌핀제마는 구글, 조지아 공대, 야생 돌고래 프로젝트(WDP)가 협력해 개발한 AI 모델로, 돌고래의 복잡한 소리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이 글에서는 돌핀제마의 작동 원리, 글로벌 동물 의사소통 연구 트렌드, 그리고 이 기술이 생태계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3500자 수준으로 탐구한다.

출처 : 조선일보


돌핀제마 : 돌고래 언어를 해독하는 AI

돌핀제마는 대서양점박이 돌고래(Stenella frontalis)의 소리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돌고래와 유사한 소리를 생성하는 AI 모델이다. 이 모델은 WDP가 1985년부터 바하마에서 수집한 40년간의 방대한 음향 데이터를 학습했다. 돌고래는 휘파람(whistles), 클릭(clicks), 버스트 펄스(burst pulses) 같은 소리로 의사소통하는데, 이 소리는 각각 고유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어미 돌고래의 ‘뿌우’ 소리는 새끼를 부르는 시그니처 휘파람으로, AI는 이를 스펙트로그램(주파수 이미지)으로 변환해 학습한다.

돌핀제마는 약 4억 개의 파라미터로 구성된 경량 모델로, 구글의 Gemma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구글의 SoundStream 토크나이저를 활용해 돌고래 소리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소리를 예측한다. 이는 인간 언어 모델이 문장에서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이 모델은 구글 픽셀 9 스마트폰에서도 실행 가능할 정도로 효율적이며, WDP 연구진은 이를 방수 케이스에 넣어 수중에서 실시간 분석에 사용한다.

돌핀제마는 단순히 소리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CHAT(Cetacean Hearing Augmentation Telemetry) 시스템과 연동해, 돌고래가 좋아하는 물체(해초, 스카프 등)와 연관된 인공 휘파람을 생성한다. 돌고래가 이 소리를 따라 하거나 반응하면, AI는 이를 인식해 연구진에게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는 인간과 돌고래 간의 기본적인 양방향 소통을 가능케 한다. 구글은 2025년 여름 돌핀제마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다른 고래류(병코돌고래, 방추돌고래 등) 연구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트렌드 : AI로 동물 언어 해독하기

돌핀제마는 동물 의사소통 연구의 최전선에 있지만, 비슷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AI와 머신러닝은 동물의 소리, 행동, 표정을 분석해 그 의미를 파악하고, 나아가 동물이 이해할 수 있는 신호를 생성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 고래와의 대화: 2024년, 미 SETI연구소는 혹등고래 ‘트웨인’과 20분간 대화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고래의 ‘인사’ 소리를 재생하자, 트웨인이 배 주위를 맴돌며 규칙적인 소리로 응답했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PeerJ에 게재되며 주목받았다.
  • 설치류의 초음파: 워싱턴대는 쥐의 초음파 소리를 분석하는 딥스퀴크(DeepSqueak)를 개발했다. 쥐는 구애(긍정적 상황)와 통증(부정적 상황)에서 다른 초음파를 내며, AI는 이를 통해 쥐의 감정을 해석한다.
  • 코끼리 언어: 노르웨이, 케냐, 미국의 공동 연구팀은 코끼리의 소리와 행동을 AI로 분석해 스트레스와 밀렵 위험을 감지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 어스스피시스프로젝트: 이 비영리단체는 새, 코끼리, 닭 등 다양한 종의 소리와 행동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종 간 의사소통 패턴을 도출하고 생태계 건강을 모니터링한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동물의 소리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는 동물의 행동 맥락을 학습해, 특정 소리가 어떤 상황(구애, 경고, 사냥 등)에서 나오는지 파악한다. 이는 동물의 인지 능력사회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돌핀제마의 작동 원리와 가능성

돌핀제마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돌고래 소통을 분석하고 생성한다.

  1. 데이터 수집: WDP는 바하마의 대서양점박이 돌고래를 대상으로 40년간 소리와 행동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는 개별 돌고래의 생애사, 사회적 상호작용, 소리 패턴을 포함한다.
  2. 소리 분석: 구글의 SoundStream 토크나이저는 돌고래의 휘파람, 클릭, 버스트 펄스를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한다. 스펙트로그램은 소리의 주파수와 강도를 시각화해 AI 학습을 돕는다.
  3. 패턴 예측: 돌핀제마는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리 시퀀스의 패턴을 분석하고, 다음 소리를 예측한다. 예를 들어, 어미 돌고래의 ‘뿌우’ 소리가 새끼를 부르는 신호임을 학습한다.
  4. 소리 생성: AI는 돌고래와 유사한 소리를 생성해 CHAT 시스템을 통해 재생한다. 돌고래가 이를 따라 하거나 반응하면, 이는 소통의 시작점으로 간주된다.
  5. 실시간 상호작용: 픽셀 9에 탑재된 돌핀제마는 수중에서 실시간으로 소리를 분석하고, 연구진은 CHAT의 골전도 헤드폰을 통해 돌고래의 반응을 즉각 확인한다.

이 과정은 돌고래의 언어적 구조를 밝히는 데 기여한다. WDP의 데니스 허징 박사는 “돌고래의 소리가 언어인지 아직 모른다”며, 돌핀제마가 이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돌고래가 언어를 가진다면, 이는 그들의 문화사회적 우선순위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생태계 보호로 이어지는 AI 기술

돌핀제마와 같은 AI 기술은 동물 연구를 넘어 생태계 보호에도 기여한다. 동물의 소리와 행동을 이해하면, 인간 활동이 그들의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보호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

  • 해양 소음 공해: 돌고래는 소리로 의사소통하고 먹이를 찾는다. 선박, 어업, 해양 개발로 인한 소음 공해는 돌고래의 생존을 위협한다. 돌핀제마는 돌고래의 소리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소음 영향을 평가하고, 선박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멸종 위기 종 보호: 벨루가, 코끼리, 고래 등 멸종 위기 종의 소리를 분석하면, 그들의 이동 경로와 행동 패턴을 파악해 보호 구역 설정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인도양에서 새로운 청고래 종이 AI 음향 분석으로 발견되었다.
  • 생태계 모니터링: 어스스피시스프로젝트는 AI를 활용해 생태계 전체의 소리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는 특정 종의 건강뿐 아니라, 전체 생태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하다.

AP통신은 “동물의 의사를 이해하면, 서식지 파괴나 멸종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돌핀제마는 이러한 맥락에서, 돌고래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 보호에 기여할 잠재력을 가진다.

출처 : 조선일


한계와 윤리적 고려

돌핀제마는 혁신적이지만, 몇 가지 한계와 윤리적 문제가 있다.

  1. 언어 여부 불확실: 돌고래의 소리가 언어인지, 단순한 신호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영국 동물학자 아릭 커셴baum은 “돌고래의 소리는 복잡하지만, 인간 언어처럼 무한히 확장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 행동 조작 우려: AI가 돌고래에게 인공 소리를 가르치면, 이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학습된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마치 개에게 ‘앉아’를 가르치는 것과 유사할 수 있다.
  3. 비음향적 소통: 돌고래는 소리뿐 아니라 몸짓, 촉각으로도 소통한다. AI가 이를 학습하지 못하면, 소통의 전체 그림을 놓칠 수 있다.
  4. 윤리적 사용: 돌핀제마의 오픈소스 공개는 연구를 촉진하지만, 상업적 오용(예: 돌고래 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구진은 동물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서의 가능성과 전망

한국은 해양 생태 연구와 AI 기술이 활발한 국가로, 돌핀제마와 유사한 기술의 도입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와 울산 앞바다에서 관찰되는 남방큰돌고래점박이물범 같은 해양 포유류는 지역 생태계의 중요한 종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이미 해양 생물의 음향 데이터를 수집 중이며, AI를 활용한 분석이 확대될 경우 돌핀제마를 참고해 지역 종 연구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AI 산업은 삼성전자, 네이버 재팬(LINE) 등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며, 동물 소통 연구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X는 대규모 언어 모델로, 돌고래 소리 패턴 분석에 응용 가능하다.

한국에서 돌핀제마를 활용하려면, 정책적 지원학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해양 생태 보호와 AI 연구를 연계한 펀딩을 확대하고, 대학·연구소·기업 간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또한, 시민 인식 제고를 위해 돌고래 보호 캠페인과 AI 기술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연결

돌핀제마는 인간과 돌고래, 나아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다리다. 이 기술은 돌고래의 소리를 해석하고, 그들의 사회적·인지적 세계를 이해하는 창을 열어준다. 동시에, 생태계 보호와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한 실질적 도구로 기능한다. 돌고래와의 대화는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우리가 지구의 다른 생명체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고민하게 한다.

구글의 돌핀제마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언젠가 돌고래가 ‘뿌우’ 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우리가 이를 이해하며 답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는 더 넓고 깊은 생태적 공감을 나누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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