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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속 빛나는 선택적 소비: 한국인의 똑똑한 지출 전략

머니 스토리

by 인앤건LOVE 2025. 4. 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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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경제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 속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점점 더 신중해지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절약만이 답은 아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표한 ‘Consumer Signals 25.Q1’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선택적 소비 트렌드’를 통해 의미 있고 실용적인 소비에 집중하며 새로운 소비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유럽, 북미, 아프리카 등 17개국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한국 소비자의 독특한 소비 패턴과 그 이면의 심리가 드러났다. 과연 불경기 속 한국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리포트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소비 트렌드의 현재와 미래를 탐구해본다.


선택적 소비의 부상: 절제에서 선택으로

과거 경제 위기에서는 “지갑을 닫는다”는 말이 소비 심리를 대변했다. 하지만 2025년의 소비자들은 다르다. 딜로이트 리포트는 소비 트렌드가 ‘절제’에서 ‘선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즉, 모든 지출을 줄이는 대신, 정말 중요한 곳에 돈을 쓰는 선택과 집중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소비자 부문 리더는 이를 이렇게 정리한다: “기업들은 이제 전방위적 소비 자극 대신 타겟별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재정적 불안감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리포트에 따르면, 소비자 재정적 웰빙 지수(FWBI, Financial Well-Being Index)에서 한국은 90.3점을 기록하며 조사 대상 17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이는 재정적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소비의향 지수 역시 -6%로, 체감 경기 둔화와 생활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소비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 소비자의 우선순위: 필수와 여가의 균형

한국 소비자의 품목별 소비의향 지수를 살펴보면, 소비 우선순위가 명확히 드러난다. 식료품(15%), 저축 및 투자(14%), 여가활동(12%), 주택·거주비용(10%) 순으로 지출 의향이 높다. 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식료품과 주거비 지출이 불가피하게 늘어난 가운데, 저축과 투자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 자산 방어 심리를 반영한다.

흥미로운 점은 여가활동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여가 지출이 세 번째 우선순위에 오른 것은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선택적 소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18~34세 젊은 층은 전 연령대 중 여가 지출 비중이 가장 높으며, 이들은 체험 중심의 여가 소비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값비싼 콘서트 티켓이나 여행 경험을 통해 가치를 찾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젊은 세대가 단순한 물질적 소비보다 경험과 의미를 중시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과시성 소비의 지속: 보이는 실용소비의 힘

한국 소비자의 또 다른 특징은 과시성 소비의 지속이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12월 과시성 구매 순위 9위에서 2025년 2월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17개국 평균 과시성 구매금액이 52달러인 데 비해, 한국은 55달러를 기록하며 높은 구매력을 유지했다. 이는 고환율과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 소비자들이 과시성 소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시성 소비는 주로 식자재(33%)와 의류·액세서리(33%)에 집중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소비는 단순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용성과 외형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를 딜로이트는 ‘보이는 실용소비’라 명명했다. 소비 동기를 살펴보면 정서적 위안(16%), 실용성(14%), 내구성(13%)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고가의 명품이나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할 때 단순히 과시하려는 목적뿐 아니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품질과 정서적 만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고급 식자재를 구매해 집에서 특별한 요리를 즐기는 것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가족과의 시간이나 자기 만족을 위한 투자로 여겨진다. 마찬가지로, 고가의 의류나 액세서리는 단순히 브랜드 가치를 뽐내는 데 그치지 않고, 오랜 사용 가능성개인적 스타일 표현이라는 실용적 가치를 제공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경제적 불안 속에서도 자신만의 기준으로 소비를 정당화하려는 심리를 보여준다.


한국 소비 트렌드의 시사점

딜로이트 관계자는 한국 소비 트렌드를 이렇게 진단한다: “불확실성으로 소비는 줄어들고 있지만, 의미 있고 실용적인 선택적 소비는 유지되고 있다.” 이는 지출 축소 기조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특히 보이는 실용소비는 단순한 과시를 넘어, 소비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삶의 질을 추구하려는 현대 한국인의 모습을 잘 담아낸다.

이러한 트렌드는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무차별적인 소비 유도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업은 타겟별 맞춤 전략가치 중심의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젊은 층을 겨냥한다면 체험과 스토리가 담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강조하고, 중장년층에게는 실용성과 내구성을 어필하는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다.


글로벌 맥락 속 한국 소비자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선택적 소비 트렌드는 다른 나라와도 공통점을 보인다. 딜로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조사 대상 17개국 모두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특히 과시성 소비체험 중심 소비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경제적 제약 속에서도 자신만의 가치를 찾으려는 독특한 심리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유럽 소비자들은 주로 지속 가능성친환경 제품에 초점을 맞춘 반면, 한국 소비자는 프리미엄 경험보이는 실용성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이는 한국 사회의 높은 사회적 연결성과 외부 평가에 대한 민감도가 소비 패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동시에, 젊은 층의 체험 중심 소비는 글로벌 밀레니얼 및 Z세대와 유사한 흐름을 보여, 한국이 글로벌 소비 트렌드의 일부이면서도 독특한 로컬 색깔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래 전망: 선택적 소비의 진화

앞으로 선택적 소비 트렌드는 더욱 세분화되고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재정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더욱 명확한 우선순위를 설정할 것이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 층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비 경험을 공유하며, 스토리 중심의 소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들에게 데이터 기반의 정밀 마케팅과 개인화된 고객 경험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과시성 소비는 점차 지속 가능성과 결합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고가의 친환경 제품이나 윤리적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가 늘어나며, 과시와 가치를 동시에 충족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가 주목받을 수 있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소비를 넘어, 사회적 책임개인적 만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경기 속에서도 한국 소비자들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선택적 소비를 통해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 딜로이트의 ‘Consumer Signals 25.Q1’ 리포트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의미와 실용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식료품과 저축에 집중하면서도 여가와 과시성 소비를 유지하는 한국 소비자의 모습은, 경제적 제약 속에서도 삶의 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소비자들의 선택적 지출 패턴을 깊이 이해하고,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는 지금,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답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한국 소비자의 선택은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까? 그 변화의 흐름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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