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초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친환경 정책을 도입하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강조했고, 그 중심에는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타벅스가 선보인 종이 빨대는 당시 히트상품으로 떠올랐습니다.
출처 : MBC뉴스
스타벅스의 케빈 존슨 CEO는 2021년,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여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보호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전년 대비 40% 가까이 오른 2040만 달러(약 249억원)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이는 ESG 경영이 기업의 가치와 경영진의 보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였습니다.
국내 외식업계에도 종이 빨대 바람이 불었습니다. 환경부는 2022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많은 기업들이 이에 발맞춰 종이 빨대로의 전환을 서둘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23년 11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구상은 백지화되었습니다. 이는 종이 빨대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첫째, 빨대가 흐물흐물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코팅 물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둘째, 종이 빨대의 제조 과정에서 오히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밝혀지면서 종이 빨대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린 워싱이란 실제로는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도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국내에서는 스타벅스를 제외하면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 카페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최근에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종이 빨대를 퇴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라스틱으로의 회귀'(back to plastic)를 주창하며 ESG를 강조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뒤엎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이 빨대가 사람들의 1위 관심사였다는 게 믿기시나요? 뜨거운 음료에 쓰면 금방 못 버티고, 몇 분도 안 가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갈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나온 반(反) ESG 행보로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흥미로운 점은 플라스틱 빨대가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 도구로도 활용되었다는 것입니다. 바이든과의 재선 선거 운동 때, 트럼프 캠프는 빨간색 플라스틱 빨대에 트럼프(TRUMP) 로고를 새겨 10개 묶음을 15달러에 판매했고, 이를 통해 1주일 만에 46만 달러를 모금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ESG 국제 공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한 195개국 중 마감일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한 나라는 10개국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는 ESG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실천 의지가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ESG 경영에 열을 올리던 국내 기업들에게도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경영이라는 대의와 실질적인 비용 및 효과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이 빨대를 둘러싼 논란은 환경 정책의 복잡성을 잘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친환경적 대안으로 여겨졌던 종이 빨대가 실제로는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책이 빠르게 변화했다는 점은 환경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또한 이 사례는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단순히 한 가지 재료를 다른 재료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진정한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를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사용 중의 안전성, 폐기 후의 분해 과정 등 모든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종이 빨대의 부상과 몰락 사례는 환경 정책과 ESG 경영이 단순한 구호나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과학적 근거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기업들과 정부는 더욱 신중하고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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