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로 세상과 연결되는 시대, 우리는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통해 순간순간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특히 10대와 20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며, 온라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한다. 하지만 이 밝은 디지털 세상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바로 디지털성범죄,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청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2024년,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표한 ‘2024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는 충격적인 숫자를 공개했다. 지난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가 지원한 피해자는 총 1만305명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특히 딥페이크 피해는 1384건으로 전년(423건)보다 무려 227.2% 폭증하며 3배 이상 늘었다. 피해자의 92.6%가 10대와 20대라는 사실은 이 문제가 단순한 범죄를 넘어 세대 전체를 위협하는 사회적 재앙임을 보여준다.
디지털성범죄의 실태: 숫자가 말하는 비극
디성센터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기관으로, 불법촬영, 딥페이크, 유포협박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한다.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디성센터는 총 33만2341건의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 중 90.3%(30만2397건)가 피해 영상물 삭제였다. 삭제 지원을 받은 피해자는 1721명으로, 전년보다 7.4% 늘었다. 이는 디지털성범죄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유포불안(4358건, 25.9%)이 가장 많았다. 이는 피해자가 자신의 영상이 유포되었을까 봐 끊임없이 불안에 떠는 심리적 고통을 뜻한다. 이어 불법촬영(4182건, 24.9%), 유포(2890건, 17.2%), 유포협박(2244건, 13.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딥페이크를 포함한 합성·편집 피해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하며 디지털성범죄의 새로운 주범으로 떠올랐다.
딥페이크 피해는 특히 10대와 20대에 집중되었다. 전체 딥페이크 피해의 **92.6%**가 이 연령대에서 발생했으며, 20대(642건, 46.4%)와 10대(640건, 46.2%)가 거의 절반씩을 차지했다. 전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중에서도 20대(5242명, 50%)와 10대(2863명, 27.8%)가 78.7%를 구성했다. 이는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활발히 사용하는 젊은 세대가 디지털성범죄의 주요 타깃임을 보여준다.
성별로는 여성 피해자(7428명, 72%)가 남성(2877명, 27.9%)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딥페이크 피해에서는 여성이 96.6%(1337건)를 차지하며 남성(47건, 3.4%)보다 약 28배 높은 피해를 겪었다. 이는 여성의 얼굴과 신체 이미지가 주로 불법적으로 합성·유포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여성 피해자 중에서는 유포불안(3233건)이, 남성 피해자 중에서는 불법촬영(1813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왜 10대·20대, 왜 여성인가?
왜 디지털성범죄는 젊은 세대, 특히 여성에게 집중될까? 보고서는 이를 디지털 환경의 특성에서 찾는다. 10대와 20대는 소셜미디어, 메신저, 익명 기반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온라인에서 빠르게 친밀감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이들에게 쉽게 표적이 된다. 특히 딥페이크는 AI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손쉽게 사진 한 장으로 불법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피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조용수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과거에는 조악한 합성물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10대 미만 아동도 AI 도구를 다운받아 쉽게 딥페이크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0대 피해 중 딥페이크가 46.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기술의 접근성이 범죄의 문턱을 낮춘 현실을 보여준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일시적 관계(채팅 상대, 일회성 만남 등)가 28.9%로 가장 많았고, 모르는 사람(26.5%), 관계 미상(24.7%)이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모르는 사람(859명 증가)과 관계 미상(490명 증가) 피해가 크게 늘며,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례가 증가했다. 이는 딥페이크 영상이 익명성을 무기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재가공·재유포되며 피해가 확산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플랫폼과 국외 서버: 삭제의 난제
디지털성범죄의 또 다른 문제는 삭제의 어려움이다. 디성센터가 삭제 지원한 영상물 중 25.9%(7만7652건)는 피해자의 이름, 나이 등 개인정보가 함께 유출되었다. 이는 전년 대비 36% 늘어난 수치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심화시킨다. 플랫폼별로는 성인사이트(12만9268건, 43%)가 삭제 지원 건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검색엔진(11만7029건, 39%), 소셜미디어(3만2168건, 10.7%)가 뒤를 이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영상물의 95.4%(2만5095건)가 국외 서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 70.4%가 미국에 위치해 있다. 국내 법집행이 미치지 않는 해외 서버는 콘텐츠 규제가 약한 국가를 선택해 운영되며, 빠른 삭제와 수사를 방해한다. 이는 디지털성범죄가 단순한 국내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범죄임을 보여준다.
디성센터와 정부의 대응: 희망의 첫걸음
디성센터는 피해 영상물 삭제, 상담, 수사 연계 등 다각도의 지원을 제공하며 피해자들의 곁에 서 있다. 2024년에는 딥페이크 전담 대응팀을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해 선제적 삭제를 추진했다. 여성가족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디지털 기반 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AI를 활용해 불법 영상물을 자동 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연내 사업자 계약을 통해 첫발을 내디딜 계획이다.
최문선 여가부 대변인은 “온라인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자동으로 탐지해 예방하는 시스템을 통해 피해를 줄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2024년 9월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는 시민사회의 경각심을 보여줬다. 여성·인권 단체들은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한 강력한 법적·사회적 대책을 촉구하며 피해자 연대를 강조했다.
디지털 세대의 안전을 되찾기 위해
디지털성범죄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기술의 발달과 사회적 무관심이 얽힌 복합적인 재앙이다. 1만305명이라는 피해자 수, 3배 폭증한 딥페이크 피해, 92.6%에 달하는 10대·20대 피해 비율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성차별적 폭력이 여전히 뿌리 깊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성센터의 헌신적인 지원, 정부의 기술적 대응, 시민사회의 연대는 희망의 씨앗이다. 우리 모두가 디지털 윤리를 고민하고, 피해자를 비난하기보다 손을 내밀 때, 디지털 세대는 안전한 미래를 되찾을 수 있다. 당신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지금, 디지털성범죄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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