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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리천장지수 OECD 29개국 중 28위, 12년만에 꼴찌 탈출

궁금이

by 인앤건LOVE 2025. 3. 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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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여성 섬유 노동자들이 생존권(빵)과 참정권(장미)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것을 기념하는 날로, 오늘날에는 성평등과 여성의 권익 신장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2025년을 맞이한 지금, 한국의 성평등 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glass-ceiling index)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지수는 여성의 노동 환경을 평가하는 국제적인 잣대인데, 한국은 최근 발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12년 연속 꼴찌라는 불명예를 간신히 벗어난 결과지만, 여전히 “일하는 여성에게 가혹한 나라”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출처 : Economist

유리천장 지수란 무엇인가?

유리천장 지수는 여성의 직장 내 역할과 영향력을 평가하는 종합 지표다.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부터 매년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고등교육 수준 △노동 참여율 △성별 임금 격차 △관리직 여성 비율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의회 내 여성 비율 △육아휴직 및 비용 등 10개 항목을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 점수가 낮을수록 여성의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이 지표는 단순히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 나라의 성평등 수준, 사회적 인식, 정책적 지원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2025년 발표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여성 임원 비율 43.7%, 여성 의원 비율 46.7%, 남녀 노동시장 참여율 격차 3.5%포인트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독차지하는 가운데,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기준 한국의 남녀 소득 격차는 31.1%로 OECD 평균(11.4%)의 세 배에 달한다.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남성보다 17.2%포인트 낮고, 여성 임원 비율은 16.3%에 불과하다. 의회 내 여성 비율도 19%로, 38개국 중 36위에 머문다. 숫자 하나하나가 한국 여성의 현실을 말해준다.

한국의 유리천장: 숫자 속 이야기

한국이 유리천장 지수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성별 임금 격차를 보자. 31.1%라는 수치는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일본(22.1%)이나 이스라엘(24.3%)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으로, 벨기에(3.8%)와 비교하면 무려 8배 이상 차이 난다. 이는 단순히 “여성이 적게 번다”는 문제가 아니라, 동일한 직무에서도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낮거나, 여성들이 저임금 일자리에 몰려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출처 : 슬로우뉴스

다음으로 노동 참여율이다. 한국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남성보다 17.2%포인트 낮다. 이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대에 그친 반면, 남성은 90%에 육박한다. 결혼과 출산 시점이 겹치면서 많은 여성이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고, 이후 재진입이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고위직 여성 비율도 암울하다. 관리직 여성 비율은 16.3%, 기업 이사 비율은 17.2%로 OECD 평균(3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한국의 기업 문화와 사회적 인식이 여성의 리더십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2022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상장사 여성 이사 선임이 의무화되며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대표성을 살펴보자. 22대 국회(2025년 기준)에서 여성 의원은 전체 300명 중 57명으로, 비율은 19%다. 이는 OECD 평균(33.9%)에 한참 못 미치며, 38개국 중 36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다. 공직선거법은 정당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권고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출처 : 슬로우뉴스

스웨덴과 한국: 무엇이 다른가?

스웨덴이 유리천장 지수 1위를 차지한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정책적 지원이다. 스웨덴은 남녀 모두에게 최대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하며, 이 중 90일은 반드시 아버지가 사용해야 한다. 이는 육아 부담을 여성에게만 떠넘기지 않고, 가정 내 성평등을 실현하는 기반이 된다. 반면 한국은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가 29.2주로 OECD 2위 수준이지만, 실제 사용하는 남성은 극소수다. 이코노미스트도 “한국과 일본은 휴가 제도가 있음에도 활용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둘째, 사회적 인식이다. 스웨덴은 가부장적 문화가 약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뿌리 깊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여자는 가정을, 남자는 생계를”라는 전통적 성 역할 고정관념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는 여성의 경력 단절과 고위직 진출 저하로 이어진다.

셋째, 기업 환경이다. 스웨덴 기업은 여성 임원 비율이 43.7%에 달할 만큼 다양성을 중시한다. 한국은 16.3%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이는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세계은행은 “성차별적 관행을 해소하면 GDP가 20%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 한국의 두꺼운 유리천장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변화의 시작: 무엇이 필요할까?

한국이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법과 제도의 강화가 시급하다. 여성 의원 비율을 높이기 위한 쿼터제 도입,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실질적 처벌 조치 등이 필요하다. 현재의 권고 수준으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기업 문화의 혁신이다. 여성 리더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유연 근무제와 돌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예컨대, 일부 글로벌 기업은 “돌봄 휴가”를 제공하며 직원의 일과 삶의 균형을 돕고 있다. 한국도 이런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다. 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고, 미디어를 통해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해야 한다. 가정 내 노동 분담도 중요한데, 한국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남성보다 5배 더 많이 한다는 조사 결과(이코노미스트, 2022)는 여전히 유효하다.

2025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한국은 유리천장 지수 28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꼴찌에서 한 계단 올라선 것은 작은 진전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스웨덴과 같은 나라를 보며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여성의 노동 참여와 리더십은 단순한 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의 핵심 동력이다. 유리천장을 깨는 그날, 한국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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