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리더 포비아 : 승진을 꺼리는 이유와 새로운 리더십의 길
최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 사이에서 “승진은 별로 관심 없어요”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과거에는 리더가 혁신과 용기를 상징하며 선망의 대상이었지만,如今 Z세대는 리더라는 역할에 부담을 느끼고 심지어 이를 기피하는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25년 5월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52%가 중간관리직을 거부하며, 72%가 타인을 이끄는 것보다 개인 커리어를 우선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선택을 넘어 조직 문화와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요구를 반영합니다. 이 글에서는 Z세대의 리더 포비아가 나타나는 이유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탐구해 보겠습니다.

리더 포비아의 등장 : 왜 Z세대는 리더를 꺼릴까?
리더라는 역할은 본질적으로 책임과 부담을 동반합니다. 팀을 이끌고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역할은 결코 쉽지 않죠. 하지만 최근 Z세대 사이에서 리더십에 대한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아파트 동대표, 대학 총학생회장, 기업 중간관리직에서도 리더 포비아가 만연하다”는 보도가 등장했고, 2019년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승진에 관심이 적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Z세대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Z세대는 전통적인 커리어 패스, 즉 ‘직원에서 리더로 승진’하는 경로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연근무와 원격근무를 경험하며, 이들은 커리어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으로 재정의했습니다. 한 회사에서 승진을 목표로 장기 근속하는 대신, 자신의 관심사와 가치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단위의 커리어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재능마켓 플랫폼(크몽, 숨고, 탈잉 등)에서 자신의 역량을 거래하며 ‘긱 이코노미’에 적극 참여하는 Z세대가 늘고 있습니다.
또한, Z세대는 리더의 역할이 과도한 책임과 스트레스를 동반한다고 인식합니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팀장이나 중간관리직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접하며, “리더는 삶의 질을 희생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했습니다. 로버트 월터스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중간관리직의 3분의 2가 리더십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이는 Z세대가 리더 역할에 대한 준비 부족과 불안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변화하는 직장 환경 : 리더십의 재정의 필요성
과거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양적 성장이 조직의 주요 목표였습니다. 기업은 매출과 이익률을 중심으로 비전을 설정하고, 직원들을 이 목표에 정렬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당시 리더는 성과를 달성하도록 지시하고 통제하는 ‘관리자’로 충분했으며, 이는 직원들에게도 큰 불만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성장의 공간이 있어 비전 정렬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팬데믹을 거치며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단순히 팔리는 시대가 아닙니다.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는 가치와 메시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기업은 존재 목적을 실현해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고 선언하며, 리더십의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여전히 과거의 성과 중심 리더십을 고수하며, Z세대의 기대와 괴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Z세대는 리더에게 단순한 지시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안내자’를 원합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는 리더 역할을 맡는 데 불안보다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이는 전통적인 리더십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들은 팀워크 강화와 소통을 중시하며, 개인의 취향과 가치를 존중하는 리더를 선호합니다. 휴넷의 2025년 리더십 트렌드 조사에서도 Z세대는 ‘팀워크 강화’를 리더의 주요 역할로 꼽았으며,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낮은 평가(6위)와 대조를 이룹니다.

리더십 교육의 부재 : 준비되지 않은 리더의 부담
리더 포비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리더십 교육과 준비 기회의 부족입니다. 많은 조직에서 직원은 갑작스럽게 승진하며 리더 역할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현대 리더십은 단순히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을 넘어, 팀원과의 소통, 갈등 조정, 비전 제시 등 복합적인 역량을 요구합니다. 로버트 월터스의 루시 비셋 디렉터는 “중간관리직은 직무에 갇힌 느낌을 받으며, 역량 개발 시간과 교육 기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2023~2024년 LEADx 자료에 따르면, 리더십 개발 예산이 70% 감소했으며, 2024~2025년에도 추가로 15%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기업이 리더십 육성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Z세대는 이러한 환경에서 리더가 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느끼며, 이는 승진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특히,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이 중간관리직을 축소하면서 신입 직원들이 롤모델 없이 커리어를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Z세대는 리더십에 대한 명확한 학습 기회를 원합니다. 케이티 트로브리지(Katie Trowbridge)는 “Z세대는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영향을 알고 싶어 하며, 이를 배우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기성세대의 ‘고개 숙이고 일하라’는 방식과 대비됩니다. Z세대는 호기심을 기반으로 리더십을 펼치고 싶어 하지만, 기업이 이를 육성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리더 포비아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Z세대의 가치관 : 개인 중심의 커리어와 워라밸
Z세대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며,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우선순위로 둡니다. 한국공공관리학보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유연한 근무 환경과 워라밸을 더 중시하며, 공공봉사동기나 직무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들은 조직의 비전보다 개인의 정체성과 취향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설계합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24년 트렌드 보고서는 Z세대의 ‘트라이브십(Tribeship)’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이들이 관심사와 취향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Z세대는 특정 동네(마포, 성수)나 취미(연어 동아리, 퀴디치 동아리)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만들며, 이는 전통적인 조직 소속감과는 다른 ‘심리적 동료’를 추구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리더십에 대한 기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Z세대는 리더가 단순히 성과를 강요하는 대신,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원합니다. 휴넷의 조사에서 Z세대는 ‘미래항해사’(43.9%)와 ‘의견조율사’(39.0%)를 이상적인 리더 유형으로 꼽았지만, 실제로는 ‘지시와 통제’ 중심의 전투사령관형 리더(53.6%)를 자주 접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간극은 리더 포비아를 강화하는 요인입니다.
새로운 리더십 모델 : 함께 성장하는 안내자
리더라는 단어는 고대 영어 ‘lithan’(여행하다)에서 유래하며, 본질적으로 ‘안내자’를 의미합니다. Z세대가 원하는 리더는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구성원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존재입니다. 윤정구 교수는 “리더십은 조직의 비전과 구성원의 비전을 정렬시키는 과정”이라며, 현대 리더십은 구성원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칠레 산호세 광산 매몰 사고(2010년)에서 루이스 우르수아 작업반장은 구성원의 재능을 활용하고 의견을 조율하며 모두를 구조로 이끌었습니다. 이는 Z세대가 원하는 리더십의 본질, 즉 ‘소통과 협업’을 보여줍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서도 직장인들은 ‘소통 능력’을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으며, 책임감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뒤를 이었습니다.
Z세대는 리더십을 ‘호기심’과 ‘의미’로 접근합니다. 케이티 트로브리지는 “Z세대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으며, 이를 육성하려면 기업이 경직된 문화를 내려놓고 개인 맞춤형 성장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예를 들어, 조직 내 부서를 ‘작은 스타트업’처럼 운영하거나, 프로젝트 단위로 유연한 리더십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리더 포비아 극복 : 조직과 리더의 역할
리더 포비아를 해결하려면 조직과 리더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메간 달라-카미나 우먼 라이징 CEO는 “리더 포비아는 조직이 리더십 모델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리더십 교육과 준비 기회를 확대해야 합니다. 리더가 되기 전 명확한 훈련과 멘토링을 제공해 Z세대의 불안을 줄이고, 리더 역할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둘째, 조직은 리더십의 가치를 재정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보상이나 권한 중심이 아닌, 팀과 함께 성장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로 리더십을 제시해야 합니다. 셋째, 소통과 포용의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Z세대는 개인의 취향과 가치를 존중받길 원하며, 이는 리더가 경청과 공감을 통해 신뢰를 쌓는 데서 시작됩니다.
기업이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Z세대뿐 아니라 변화에 민감한 인재를 유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반대로,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도입한 조직은 Z세대의 잠재력을 활용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큽니다.
Z세대의 리더 포비아는 단순한 승진 기피가 아니라, 기존 리더십 모델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이들은 과도한 책임, 부족한 보상, 교육의 부재 속에서 리더 역할을 부담스러워하며, 개인의 가치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설계합니다. 하지만 Z세대는 팀워크와 소통을 중시하며, ‘함께 성장하는 안내자’로서의 리더를 원합니다. 기업은 리더십 교육을 강화하고, 소통과 포용의 문화를 조성하며, Z세대의 가치를 존중하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리더 포비아는 위기가 아니라, 조직과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