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광고의 시대: 넷플릭스와 글로벌 트렌드
자본주의 시장에서 광고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 마케팅 전략 중 하나입니다. 특히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는 공영방송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업 방송이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 왔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지상파, 케이블, 그리고 인터넷 방송이 등장했지만, 광고는 여전히 방송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광고 도입 트렌드와 그 의미, 그리고 국내외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광고의 기원과 방송 산업의 변화
광고는 오랜 역사를 가진 마케팅 도구입니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비누와 세제 회사들이 주부들을 타겟으로 한 라디오 드라마에 광고를 붙이며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러한 드라마는 ‘소프 오페라(soap opera)’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광고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대중화되었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매출 증대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적인 방송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인터넷광고협회(IAB)에 따르면, 2024년 디지털 비디오(커넥티드 TV, 소셜 비디오, 온라인 비디오 포함) 광고의 비중은 51%로 전통 방송(리니어 TV, 49%)을 처음으로 앞질렀으며, 2025년에는 디지털 비디오가 58%, 전통 방송이 42%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OTT 플랫폼의 급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OTT의 초기 매력: 광고 없는 구독 서비스
OTT 플랫폼의 대표 주자인 넷플릭스는 초기에 광고 없는 구독 기반 서비스(SVOD)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전통 방송에서 중간 광고로 인해 시청 흐름이 끊기는 불편함을 해결하며, 이용자들에게 몰입감 있는 콘텐츠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2020년 1월,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광고로 사용자를 착취하지 않고, 안전하고 재미있는 콘텐츠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광고 없는 모델을 고수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당시 넷플릭스의 저렴한 구독료(월 1만 원 미만, 현재 최고 24.99달러)는 이용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2023년 2분기 기준 글로벌 OTT 시장 점유율 35.3%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 포화와 경쟁 심화로 인해 넷플릭스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의 변신 : 광고형 요금제의 도입
2022년, 넷플릭스는 기존의 무광고 정책을 뒤집고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은 전략적 결정이었습니다. 광고형 요금제는 월 5500원(미국 기준 6.99달러)으로, 기존 베이직 요금제(9500원)보다 약 40% 저렴한 가격에 콘텐츠를 제공하며, 시간당 4~5분의 광고를 포함합니다. 이 요금제는 저렴한 가격으로 OTT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24년 말 기준, 신규 가입자의 55% 이상이 광고형 요금제를 선택했으며,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7000만 명에 달했습니다. 2025년 5월 업프런트 행사에서는 이 숫자가 9400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하며, 광고형 요금제의 성공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넷플릭스가 단순히 콘텐츠 제공을 넘어 광고 시장에서도 강력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글로벌 OTT의 광고 도입 트렌드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OTT 플랫폼들도 광고형 요금제를 잇달아 도입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2022년 12월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했으며, 2025년 1분기 기준 1억 2460만 명의 가입자 중 약 30%(3700만 명)가 광고형 요금제를 이용 중입니다. 파라마운트+는 7900만 명 중 73%(5800만 명), 피콕은 4100만 명 중 78%(3200만 명)가 광고형 요금제를 선택했습니다. 반면, HBO 맥스는 1억 2300만 명 중 6.5%(800만 명)만이 광고형 요금제를 이용 중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OTT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미디어레이다의 <2025 미디어와치 스트리밍 TV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의 스트리밍 TV 광고 지출은 2023년 106억 달러에서 2024년 129억 달러로 17% 증가했으며, 광고주 수도 2023년 1만779개에서 2024년 1만3980개로 29% 늘어났습니다. 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OTT 광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OTT 광고의 매력 : 타겟팅과 효율성
OTT 광고의 가장 큰 장점은 정교한 타겟팅과 효과 측정 가능성입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2억 2200만 명의 시청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며, 광고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CPM(1천 회 노출당 비용)을 초기 65달러에서 2024년 20~30달러로 낮추며, 디즈니+(18~24달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30~35달러)와 비슷한 수준으로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전통 방송 광고는 시청률 조사에 의존하며 타겟팅이 제한적이었지만, OTT는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연령대, 성별, 지역 등에 맞춘 광고를 집행할 수 있습니다. 닐슨이 2021년 5월부터 스트리밍 시청률 조사를 시작한 것도 이러한 수요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기아는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시즌2’ 광고를 통해 ‘더 뉴 스포티지’ 출시를 알렸으며, 마뗑킴은 넷플릭스를 활용해 미국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국내 OTT 시장의 광고 도입 현황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와 티빙이 광고형 요금제를 운영 중입니다. 넷플릭스는 2022년 11월, 티빙은 2024년 3월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했으며, 두 서비스 모두 월 5500원에 1080p 화질과 2명 동시 시청을 지원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넷플릭스와 티빙 이용자 중 24.6%가 광고형 요금제를 선택했으며, 85.2%는 이를 계속 유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광고형 요금제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웨이브와 같은 국내 OTT는 아직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합병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웨이브도 독립적으로 광고형 요금제를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쿠팡플레이 역시 스포츠 콘텐츠를 중심으로 광고 도입을 준비 중이며, 이는 국내 OTT 시장의 경쟁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입니다.
방송 광고와 OTT 광고의 비교
방송 광고와 OTT 광고는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방송 광고는 높은 단가(예: 2025년 슈퍼볼 30초 광고 800만 달러)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효과적이지만, 타겟팅과 효과 측정이 어렵습니다. 반면, OTT 광고는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타겟팅과 실시간 효과 분석이 가능해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중심의 OTT 이용률이 높아 TV 기반 광고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OTT 광고비는 지상파보다 저렴하지만, 효과가 더 좋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지상파 광고가 여전히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OTT 광고는 시청 몰입감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광고를 콘텐츠처럼 다루는 철학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OTT 광고의 미래와 과제
OTT 광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몇 가지 과제도 존재합니다. 첫째, 시청자들의 광고 거부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플릭스는 시간당 4~5분, 15~30초 단위의 짧은 광고를 통해 시청 몰입감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 광고주들에게 효과적인 광고 상품을 제공해야 합니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광고 스위트’를 통해 AI 기반 광고 타겟팅과 효과 측정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5년 6월까지 12개국에 이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국내에서는 방송과 OTT를 통합한 광고 집행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방송과 OTT 광고가 분리되어 있어 통합 마케팅이 어렵지만, 이를 해결한다면 광고주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규제 환경도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을 반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방송 광고에 비해 OTT 광고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지만, 시청자 보호와 광고 효과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OTT 광고의 새로운 기회
OTT 광고의 도입은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합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디즈니+, 파라마운트+, 피콕 등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광고형 요금제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티빙과 넷플릭스가 이 흐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광고는 단순히 수익을 넘어 콘텐츠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며,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광고주들에게 글로벌 마케팅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