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와 햄버거 가격 인상의 비밀
최근 햄버거가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100)으로 한 햄버거 물가지수는 2024년 130.17까지 치솟았습니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는 114.18에 그쳤죠. 두 지수의 격차는 2021년 1.14포인트에서 2024년 15.99포인트로 크게 벌어졌습니다. 맥도날드, 버거킹 같은 주요 햄버거 브랜드의 잦은 가격 인상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며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햄버거 가격 인상의 배경, 사모펀드와 M&A의 역할, 그리고 소비자 반응을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햄버거 물가지수, 왜 이렇게 올랐나?
햄버거 물가지수의 급등은 소비자 물가지수를 크게 상회하며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4월(100.15) 대비 2024년 4월(137.20) 햄버거 물가지수는 36.9%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24.7%)보다 12.2%포인트 높고, 소비자 물가지수(114.18)와는 15.99포인트 차이가 납니다. 이는 햄버거 가격이 다른 외식 품목(예: 피자 24.2%, 김밥 23.1%)보다 빠르게 올랐음을 보여줍니다.
주요 햄버거 브랜드의 가격 인상 폭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 ‘빅맥’은 2014년 단품 4100원, 세트 5300원에서 2024년 단품 5500원, 세트 7200원으로 각각 34.1%, 35.8% 올랐습니다. 버거킹의 ‘와퍼’는 같은 기간 단품 5000원에서 7100원(42.0%), 세트 7100원에서 9100원(28.2%)으로 상승했습니다. 버거킹은 심지어 1년에 두 차례 가격을 인상한 적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가격 인상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대학생 백수철(22)씨는 “햄버거는 간편한 인스턴트 음식인데, 왜 이렇게 비싸졌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으며, 직장인 최이찬(26)씨는 “매장 갈 때마다 가격이 올라 부담스럽다”고 말했습니다. X에서도 “햄버거가 ‘금버거’ 됐다”는 불만 글이 다수 올라오며 소비자 심리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와 M&A, 가격 인상의 숨은 배경
햄버거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사모펀드(PEF)와 인수·합병(M&A)의 복잡한 역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요 햄버거 브랜드들은 최근 사모펀드의 투자와 매각 시도로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가격 인상과 실적 개선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버거킹 : 사모펀드의 엑시트 전략
버거킹의 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16년 2100억 원에 버거킹(비케이알)을 인수했습니다. 이후 2017년, 2023년, 2024년에 걸쳐 1538억 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하며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섰습니다. 유상감자는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사모펀드가 자본을 회수하는 주요 수단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케이알의 부채비율은 2017년 113.0%에서 2024년 410.2%로 급등했습니다.
사모펀드는 단기간 내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으로 차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버거킹은 2021년 매각을 추진했으나 높은 매각가(1조 원)로 인해 무산되었고, 2024년 다시 매각을 준비 중입니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버거킹은 매출과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했고, 이는 반복된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놀랍게도 2024년 버거킹의 매출원가율은 35.5%로 2020년(38.2%)보다 낮아졌습니다. 원재료 비용 상승이 가격 인상의 주된 이유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맥도날드 : 재무 개선과 사업 확장
맥도날드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2023년 카타르 기업 ‘카말 알 마나’에 인수된 한국맥도날드는 재무 구조 개선과 사업 확장을 위해 수익성 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9~2024년 누적 적자는 1679억 원, 자본총계는 자본금(315억 원)의 10배인 3737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맥도날드는 가격 인상과 프리미엄 메뉴 출시로 매출을 늘렸습니다.
맥도날드는 2023년과 2024년 연속 매출 1조 원(직영점 기준)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2024년에는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매출원가율은 2023년 34.8%로 전년(37.1%)보다 2.3%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이는 버거킹과 마찬가지로 원가 상승이 아닌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가격 인상이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소비자 볼모로 실적 잔치?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을 안겼지만, 브랜드들은 역대급 실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2024년 “한국 진출 이후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했으며, 버거킹은 2024년 매출 7927억 원(전년 대비 6.3% 증가), 영업이익 383억 원(60.2% 증가)을 달성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며 불만을 쏟아내지만, 브랜드들은 사모펀드의 엑시트와 재무 개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영호 ‘김영호유통아카데미’ 대표는 “외식 브랜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영 주체가 필요하다”며 “사모펀드의 잦은 손바뀜은 투자금 회수를 위한 단기 경영으로 이어져 소비자와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는 “맥도날드의 새 주인(알 마나)이 동북아 사업 확장을 위해 수익성을 높이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햄버거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 반응
국내 햄버거 시장은 최근 10년간 2조 원에서 5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맥도날드(407개 매장), 버거킹(450개), 맘스터치(1400개 이상), 롯데리아(1326개) 등 주요 브랜드 외에도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 슈퍼두퍼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속속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브랜드들은 ‘프리미엄화’와 ‘가성비’라는 두 가지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외식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저가 햄버거 시장은 포화 상태이며, 젊은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수제 버거나 편의점 가성비 메뉴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2023년 X에서 화제가 된 버거킹의 ‘와퍼 대란’(카카오톡 선물하기 5400원 할인 행사)처럼 소비자들은 할인 행사에 열광하며 가성비를 찾고 있습니다. 반면, 1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버거는 일부 젊은 층의 SNS 인증 트렌드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햄버거, 다시 가벼워질 수 있을까?
햄버거는 한때 저렴하고 간편한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았습니다. 1979년 롯데리아 1호점(불고기버거 450원) 개점 이후 맥도날드(1988년), 버거킹(1984년) 등이 한국에 진출하며 패스트푸드 문화는 대중화되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햄버거는 ‘금버거’로 불리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전략과 M&A로 인한 기업가치 증대 압박은 햄버거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원가 상승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을 올렸고, 이는 소비자 물가지수를 웃도는 햄버거 물가지수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원재료 가격 상승과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현상이 겹치며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햄버거는 다시 예전처럼 가벼운 음식이 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단기적 해결이 어렵다고 봅니다. 사모펀드 중심의 경영이 지속되는 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며, 소비자들은 가성비 메뉴나 할인 행사를 통해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맘스터치처럼 로열티 부담이 적은 토종 브랜드나 노브랜드 버거 같은 신흥 강자의 약진은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햄버거가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데에는 사모펀드의 엑시트 전략과 M&A로 인한 수익성 중심 경영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역대급 실적을 자랑하지만, 소비자들은 점점 비싸지는 햄버거 가격에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햄버거 시장은 프리미엄과 가성비라는 두 갈래 길로 나아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장기적인 운영 전략과 균형 잡힌 가격 정책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