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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 위협 : 경제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인앤건LOVE 2025. 5. 14. 09:10

2025년 5월 8일, 한국은행은 4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047억 달러로, 전월(4097억 달러) 대비 50억 달러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0년 4월(4049억 달러)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000억 달러 선이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환보유액은 글로벌 경제 위기 시 국가 경제를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며, 그 감소는 환율 변동성과 경제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외환보유액 감소의 원인,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 글로벌 경제 환경, 그리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자.


외환보유액 감소의 주요 원인 : 국민연금 외환 스와프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외환보유액 감소의 주된 요인은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 확대다. 외환 스와프는 한국은행이 보유한 달러를 국민연금에 제공하고, 국민연금은 약정된 환율로 원화를 제공한 뒤 만기 시 달러를 반환하는 거래다. 이 거래는 2022년 9월부터 시작되었으며, 환율이 불안정할 때 국민연금이 외환 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하는 대신 한국은행에서 직접 조달해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국민연금은 연간 약 70조 원(약 500억 달러)을 해외 투자에 사용하며, 달러 수요가 크다. 2024년 말 원·달러 환율이 계엄 사태로 1472.50원까지 급등하자, 한국은행은 외환 스와프 한도를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확대하고 만기를 2025년 말까지 연장했다. 4월에는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며 변동성이 커졌고, 이로 인해 스와프 거래액이 증가해 외환보유액이 50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2024년 4월(60억 달러 감소)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한국은행은 “스와프 거래는 만기 시 달러가 반환되므로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율 불안이 지속되면 스와프 거래가 계속 확대되어 4000억 달러 선이 붕괴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 연구위원은 “미국 관세 정책, 연준의 매파적 태도,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환율이 1400원대로 재상승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성을 제기했다.


외환보유액의 구성과 글로벌 순위 하락

4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유가증권(3573.8억 달러, 88.3%), 예금(241.7억 달러, 6.0%), 특별인출권(SDR, 149.8억 달러, 3.7%), 금(47.9억 달러, 1.2%), IMF 포지션(42억 달러, 1.0%)으로 구성된다. 유가증권은 전월 대비 41.5억 달러 증가했지만, 예금이 38.4억 달러 감소하며 전체 보유액 감소로 이어졌다. 금은 구매가 기준으로 평가되며, 최근 금값 상승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21년 10월 4692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22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4209.3억 달러, 2024년 말에는 4156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5년 4월 4047억 달러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순위는 2023년 9위에서 2025년 3월 기준 10위로 하락했다. 독일이 금값 상승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며 한국을 추월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현재 1위는 중국(3.23조 달러), 2위는 일본(1.25조 달러), 3위는 스위스(9238억 달러)다.


환율 변동성과 외환보유액의 상관관계

외환보유액 감소는 2024년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4년 초 1300.40원이었던 환율은 연말 1472.50원으로 2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12월 계엄 사태는 시장 불안을 가중시켰고, 한국은행은 환율 안정화를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며 달러를 매도했다. 2024년 첫 3분기 동안 당국은 74.2억 달러를 순매도했으며, 이는 외환보유액 감소의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2025년 5월 들어 환율은 계엄 사태 이전 수준인 1300원대로 회복되었다. 이는 국민연금의 스와프 수요 감소로 이어져 외환보유액이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 안정세로 스와프 필요성이 줄었으며, 만기 반환으로 보유액이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환율이 1400원대로 재상승하면 보유액이 3000억 달러대로 하락해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환보유액의 경제적 역할과 심리적 중요성

외환보유액은 국가가 외화 유동성을 확보해 경제 위기를 방어하는 핵심 자산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4억 달러(사용 가능 89억 달러)에 불과해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이후 한국은 보유액을 꾸준히 늘려 2001년 1000억 달러, 2011년 3000억 달러, 2018년 4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9~10위권을 유지했다. 이는 수출과 외국인 투자 유입으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와 외화 자산 운용 수익 덕분이다.

4000억 달러 선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시장의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외환보유액이 이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로,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고, 외화 유동성 위기 시 은행과 기업에 달러를 공급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보유액은 2122.5억 달러였지만, 당국의 적극적인 달러 공급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글로벌 경제 환경과 한국의 과제

외환보유액 감소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도 연결된다. 2025년 미국의 품목별 관세 정책은 한국 수출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연준의 통화 긴축은 달러 강세를 부추겨 원화 약세 압력을 가중시킨다. 인도·파키스탄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해 환율 변동성을 키운다. 한국은행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며 시장 안정화에 나서고 있지만, 외환보유액 증가를 위한 매수 개입은 제한적이다.

국제 비교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여전히 안정적이다. 중국(3.23조 달러)이나 일본(1.25조 달러)에 비하면 적지만, 영국(2230억 달러)이나 미국(2410억 달러)보다 많다. 한국의 2023년 말 순대외자산은 3642억 달러로, 1997년 순대외부채 638억 달러에서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보유액이 추가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과 외환보유액의 잠재적 연계

최근 레돗페이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 카드의 국내 확산은 외환보유액 관리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은 환전 수수료 없이 글로벌 결제를 가능케 하며, 원화 기반 결제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원화 유동성의 일부가 중앙은행 통제 밖으로 벗어나 통화정책 유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4년 보고서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법정화폐 대체 가능성을 경고하며, 원화 스테이블 코인 개발과 규제 필요성을 제안했다.

스테이블 코인의 확산은 외환 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외환보유액의 달러 비중 관리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주로 달러(약 60%)와 유로, 엔 등으로 구성되며,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 중심으로 운영되면 달러 자산의 전략적 재배치가 필요할 수 있다.


미래 전망과 정책 제언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이 단기적으로 4000억 달러 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환율 안정세와 스와프 만기 반환은 보유액 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환율 변동성과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가 지속되면 추가 감소 위험이 상존한다. 김정식 교수는 “3000억 달러대로 하락하면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자산 운용과 환율 안정 정책을 주문했다.

정책적으로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 개발을 통해 달러 중심 스테이블 코인 의존도를 줄이고, 외환 스와프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수출 다변화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며 외환보유액을 늘릴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24시간 모니터링과 신속한 시장 개입은 변동성 관리에 필수적이다.


4000억 달러 선의 의미와 한국 경제의 과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047억 달러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4000억 달러 선이 위협받고 있다.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는 환율 안정에 기여하지만, 단기적으로 보유액 감소를 초래한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스테이블 코인의 부상은 외환보유액 관리에 새로운 도전을 제시한다. 한국은행은 보유액의 일시적 감소라며 낙관하지만, 환율 변동성과 시장 심리에 대한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4000억 달러 선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경제 안정성과 국가 신뢰의 상징이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유연히 대응해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과 같은 새로운 금융 기술의 도입은 기회이자 위협으로, 이를 활용한 혁신과 규제가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 도전 속에서 새로운 방파제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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