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스토리

강남 식당에서 결제된 99테더: 스테이블 코인 카드의 한국 상륙

인앤건LOVE 2025. 5. 13. 09:10

2025년 5월 8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13만 원어치 음식을 주문한 기자가 스테이블 코인 카드 ‘레돗페이’로 99테더(USDT)를 결제하며 국내 결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홍콩 기반의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레돗페이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 카드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카드는 비자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하며, 특히 애플페이 지원으로 편리함을 더한다. 스테이블 코인 카드의 확산은 국내 신용카드사, 간편결제사, 결제대행사 등 기존 금융 생태계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레돗페이의 특징, 한국 결제 시장에 미칠 영향, 그리고 스테이블 코인의 글로벌 트렌드를 심층 탐구한다.


레돗페이란 무엇인가: 스테이블 코인 카드의 구조

레돗페이는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 등 미국 달러와 1:1로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한 체크카드다. 신용카드와 달리 발급 절차가 간단하며, 고객신원확인(KYC)만 거치면 국적과 상관없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 가상 카드는 10달러, 실물 카드는 100달러의 발급 비용이 필요하며, 가상 카드는 즉시 발급되어 스마트폰에 등록 후 바로 사용 가능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현대카드만 지원하는 애플페이에 연동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레돗페이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비자와 연계되어 전 세계 비자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 시 디지털 지갑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실시간으로 차감되며, 결제 순간의 시장 환율이 적용된다. 이는 기존 신용카드의 환전 마진(1~2%)과 해외 이용 수수료(1~2%)를 크게 줄여준다. 예를 들어, 해외 결제 시 국내 카드는 고시 환율에 추가 수수료가 붙지만, 레돗페이는 1%의 결제 수수료만 부과하며 실시간 환율로 처리된다. 이로 인해 국내외 소비자 모두에게 금전적 이점이 크다.

레돗페이의 사용 사례는 이미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5월 8일, 서울 역삼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가 레돗페이로 99테더를 결제하자, 식당 주인은 일반 신용카드와 동일한 방식으로 포스 기기에 카드를 처리했다. 결제 알림은 즉시 스마트폰으로 전송되었으며, 원화로 약 13만 원이 청구되었다. 사용자 최용 씨(38)는 “발리 여행 중 국내 트래블카드가 작동하지 않았을 때 레돗페이로 결제해 편리했다”며, 국내외 애플페이 호환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스테이블 코인의 강점 : 변동성 극복과 실생활 침투

스테이블 코인은 비트코인 같은 기존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극복한 디지털 자산이다. 달러와 1:1로 연동되어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빠르고 투명한 거래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레돗페이로 결제한 내역을 취소하자 3분 만에 환불이 완료되었다. 이는 기존 은행 시스템의 느린 처리 속도와 대비된다.

스테이블 코인의 실생활 침투는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 한국계 스타트업 타다는 태국에서 스테이블 코인 결제 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프랑스 프랭탕 백화점은 최근 스테이블 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스트라이프 등 주요 결제 플랫폼이 USDT, USDC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지원하며 온·오프라인 결제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레돗페이가 한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며 내국인 발급이 증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간편결제에 익숙한 한국 시장이 레돗페이의 주요 타겟”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은 모바일 결제 보급률이 높고,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같은 디지털 결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 스테이블 코인 카드의 확산에 유리한 환경이다.


한국 결제 시장에 미칠 영향 : 기존 생태계의 위협

레돗페이의 국내 진출은 신용카드사, 간편결제사(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결제대행사(PG·VAN), 외화결제 스타트업 등 기존 결제 생태계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는 “스테이블 코인 카드는 환전 수수료 없이 달러로 결제할 수 있어 국내외 시장에 격변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째, 스테이블 코인 카드는 낮은 수수료 구조로 기존 카드사의 수익 모델을 위협한다. 국내 신용카드는 해외 결제 시 환전 마진과 이용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지만, 레돗페이는 1% 수수료로 경쟁력을 갖춘다. 이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비용 절감 혜택을 제공하며, 특히 해외 결제 빈도가 높은 사용자들에게 매력적이다.

둘째, 애플페이 지원은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한국에서 애플페이는 현대카드 독점으로 제한적이지만, 레돗페이는 이를 우회해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접근성을 높였다. 이는 카카오페이나 삼성페이 같은 국내 간편결제 플랫폼의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스테이블 코인 카드는 기존 PG·VAN사의 역할 축소를 초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는 중개자를 최소화하며, 레돗페이는 비자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결제를 처리한다. 이는 결제대행사의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 모델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넷째, 스테이블 코인은 원화 기반 결제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은 2024년 결제결산보고서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법정화폐를 대체할 경우 통화정책, 금융안정성, 결제결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레돗페이의 결제는 실질적으로 달러를 원화로 변환하는 구조로, 원화 유동성의 일부가 중앙은행의 통제 밖으로 벗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인 체크카드’로 밥값 결제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트렌드와 한국의 대응

스테이블 코인의 글로벌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2025년 기준 스테이블 코인의 총 시장 가치는 23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테더는 1분기 10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스테이블 코인 결제를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비자는 스트라이프의 브릿지(Bridge)와 협력해 라틴아메리카 6개국에서 USDC, USDB 기반 카드를 출시했으며, 마스터카드는 OKX, 누베이, 서클과 협업해 전 세계 1억 5000만 가맹점에서 스테이블 코인 결제를 지원한다.

한국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해시드오픈리서치 보고서는 “USDT, USDC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 금융 시스템과 원화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의 개발과 법제화를 제안했다. 이는 달러 중심의 스테이블 코인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 카드의 확산은 규제적 과제를 동반한다. 박이락 송현경제연구소 디지털금융본부장은 “스테이블 코인이 민간 결제 수단으로 유동성을 형성하면 금리 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 코인 관련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는 마련되지 않았다.


소비자와 기업의 관점 : 기회와 도전

소비자 입장에서는 레돗페이가 제공하는 낮은 수수료, 쉬운 발급, 글로벌 호환성이 큰 매력이다. 특히 해외 여행자,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 등 달러 기반 결제를 선호하는 사용자들에게 유리하다. 반면, 기업은 스테이블 코인 결제 수용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국내 가맹점은 스테이블 코인을 직접 받지 않으며, 레돗페이는 비자 네트워크를 통해 원화로 변환해 지급한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 결제가 본격화되면 가맹점도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스테이블 코인 카드의 확산에 대응해 새로운 서비스를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카드사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기반 카드를 개발하거나, 애플페이 지원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간편결제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합해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래 전망: 스테이블 코인과 한국 금융의 공존

레돗페이의 한국 진출은 스테이블 코인이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실생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금융기관의 수익 모델, 소비자의 결제 습관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김용범 대표는 “변화의 속도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스테이블 코인 카드의 급부상은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개발,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 금융기관의 혁신이 시급하다. 레돗페이는 단지 하나의 카드가 아니라, 한국 결제 시장의 미래를 재편할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 코인 카드는 이미 강남의 식당에서 결제되고 있으며, 그 파장은 점차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다. 소비자는 더 저렴하고 편리한 결제를,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규제 당국은 균형 잡힌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물결은 이제 막 시작되었으며, 한국 금융 시장은 이 파도를 어떻게 항해할지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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