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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비만약 시대의 도래 :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경구용 GLP-1 혁신

인앤건LOVE 2025. 5. 9. 09:10

하루 한 알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먹는 비만약’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양대 산맥인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와 미국의 일라이릴리가 경구용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비만 치료제의 상용화를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5년 5월, 두 기업은 각각 ‘경구용 세마글루티드’와 ‘오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 성공과 FDA 허가 신청 소식을 발표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 비만 치료제 시장이 540억 달러(약 7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일부 전문가는 100조 원을 초과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 글에서는 경구용 비만약의 최신 동향, 두 기업의 전략, 국내 제약사의 도전, 그리고 시장의 미래를 살펴보자.


비만 치료제 시장의 폭발적 성장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 질환, 당뇨병, 암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며, 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비만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 명에 달하며, 2035년에는 19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비만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50%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4년 150억 달러(약 21조 원)에서 2030년 770억 달러(약 106조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GLP-1 계열 약물이 시장을 주도하며,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약 85%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GLP-1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혈당이 상승할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를 통해 체중 감량을 돕는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티드)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티르제파타이드)는 주사제 형태로 시장을 선점했으며, 각각 15%와 20%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주사제는 높은 비용(월 1000~1350달러), 주사 공포증, 냉장 보관의 불편함 등으로 환자 접근성이 제한되었다. 이에 따라 복약 편의성이 높은 경구용 GLP-1 약물 개발이 제약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노보노디스크 : 경구용 세마글루티드의 선두주자

노보노디스크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의 선구자로, 2021년 위고비 출시 이후 시장을 주도해왔다.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주사로 68주간 평균 15%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 ‘일론 머스크의 다이어트 약’으로 불리며 품귀 현상을 일으켰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미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경구용 제제인 ‘리벨서스’를 당뇨병 치료제로 상용화했으며, 이를 비만 치료로 적응증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3년 노보노디스크는 경구용 세마글루티드 50㎎의 임상 3상을 완료했다.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 667명을 대상으로 68주간 진행된 시험에서, 참가자의 89.2%가 5% 이상 체중 감소를, 평균 15.1% 체중 감량을 기록했다. 이는 위고비와 유사한 효과로, 경구용 제제의 상업적 잠재력을 입증했다. 2025년 초, 노보노디스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FDA에 비만 치료 적응증 허가를 신청했으며, 4분기(10~12월) 승인 여부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승인 시 세계 최초의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노보노디스크는 경구용 세마글루티드 외에도 다중 작용제(예: GLP-1과 아밀린 결합)와 주사제 ‘카그리세마’ 개발을 병행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카그리세마는 최근 임상 3상에서 22.7% 체중 감량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주목도가 다소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보노디스크는 2024년 1분기 매출 653억 크로네(약 12조 8861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4% 성장했고, 하반기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계획이다.


일라이릴리 : 오포글리프론과 삼중 작용제의 야심

일라이릴리는 ‘젭바운드’와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급부상했다. 젭바운드는 GLP-1과 GIP(위 억제 폴리펩타이드)를 동시에 활성화해 72주간 평균 21.77kg(약 20%)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 위고비를 추월했다. 2023년 11월 FDA 승인을 받은 젭바운드는 월 1060달러로 위고비(1350달러)보다 20% 저렴하며, 환자 지원 프로그램으로 최대 50% 할인을 제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일라이릴리의 경구용 비만약 ‘오포글리프론’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2025년 5월 발표된 ACHIEVE-1 임상 3상 결과, 2형 당뇨병 및 비만 환자 559명을 대상으로 40주간 진행된 시험에서 오포글리프론 3㎎, 12㎎, 36㎎ 복용군은 각각 4.7%, 6.1%, 7.9% 체중 감량을 기록했다. 당화혈색소는 평균 1.3~1.6% 감소해 당뇨병 관리에도 효과적이었다. 일라이릴리는 연말까지 비만 치료 적응증으로 FDA 허가를 신청하고, 2026년 당뇨병 적응증 허가를 목표로 한다.

일라이릴리는 또한 삼중 작용제 ‘레라트루타이드’(GLP-1, GIP, 글루카곤 수용체 활성화)를 개발 중이다. 임상 2상에서 48주간 24.2% 체중 감량을 기록하며 젭바운드를 능가했으며,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2025년 3월, 일라이릴리는 젭바운드 바이알 가격을 월 349~499달러로 인하하고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며 가격 경쟁력을 강화했다. 2024년 1분기 매출은 87억 7000만 달러(약 11조 9315억 원)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후발주자의 좌절과 국내 기업의 도전

경구용 GLP-1 개발은 높은 흡수율과 안정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화이자는 ‘다누글리프론’의 간 독성 부작용으로 두 번째 개발을 중단했고, 암젠은 ‘AMG786’을 포기하고 월 1회 주사제 ‘마리타이드’로 선회했다. 이러한 실패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양강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도 경구용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저분자 합성신약 ‘ID110521156’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생산성과 비용 효율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디앤디파마텍은 경구용 제제 ‘DD02S’와 ‘DD03’을 개발 중으로, DD02S는 리벨서스 대비 12.5배 높은 흡수율을 기록하며 연내 글로벌 임상 1상을 목표로 한다. 프로젠은 라니테라퓨틱스와 협력해 주 1회 경구용 제제 ‘PG-102’를 개발 중이며, 최근 국내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삼천당제약은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S-PASS 기술로 ‘SCD0506’을 개발하며 조기 상용화를 노린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초기 단계에 있지만, 비만약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후발주자도 혁신적 기술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인정받는다. 특히, 디앤디파마텍의 높은 흡수율 기술과 프로젠의 장기지속형 제제는 글로벌 경쟁에서도 주목받는다.


경구용 비만약의 과제와 전망

경구용 비만약은 주사제 대비 복약 편의성과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첫째, 흡수율 문제다. 경구용 제제는 소화 과정에서 약물 손실이 크기 때문에 리벨서스와 DD02S 같은 고흡수율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다. 둘째, 높은 비용이다. 위고비의 한국 소비자 가격은 월 40만~50만 원 수준이며, 경구용 제제도 유사한 가격대가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보험 적용 확대와 할인 프로그램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비급여 항목으로 환자 부담이 클 수 있다. 셋째, 부작용이다. GLP-1 제제는 구토, 메스꺼움, 췌장염, 장폐색 등의 위험이 있으며, 장기 복용 시 체중 유지 효과가 3명 중 1명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구용 비만약은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평가된다.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는 “체중 감량 효과가 20% 이상인 약물이 등장하며 진정한 비만약 시대가 열렸다”며 “비만을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라이프 체인저”라고 강조했다. 강북삼성병원 이은정 교수는 “더 강력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이 개발되면 위고비의 인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비만 치료제 시장이 1000억 달러(약 13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8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한국 시장에서도 위고비가 2024년 10월 출시되며 품귀 현상을 빚었고, 젭바운드의 연내 진입이 예상된다. 경구용 제제의 상용화는 이러한 열풍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비만 치료의 새로운 지평

‘먹는 위고비’로 상징되는 경구용 비만약 시대는 비만을 질병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한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경구용 세마글루티드와 오포글리프론으로 시장을 선점하며, 삼중 작용제와 장기지속형 제제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제약사도 고흡수율과 비용 효율적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높은 비용, 부작용, 흡수율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2030년 75조 원을 넘어 10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비만 치료제 시장은 제약산업의 ‘황금 땅’으로 불린다. 경구용 비만약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 건강, 치매 예방, 노화 억제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며 헬스케어의 미래를 재편할 잠재력을 지닌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경쟁, 그리고 국내 기업의 혁신이 이 시장의 다음 챕터를 어떻게 써내려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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