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ETF, 왜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일까?
양자컴퓨팅은 인공지능(AI)을 잇는 차세대 기술로, 암호해독, 신약 개발, 기후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약속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이 뜨거운 테마를 놓치지 않았다. 2024년 말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ETF’를 시작으로, 2025년 3월 KB, 신한, 한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잇따라 양자컴퓨팅 ETF를 출시하며 총 5종의 상품이 시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들 ETF는 최근 한 달간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실망을 사고 있다. 이 블로그에서는 양자컴퓨팅 ETF의 국내 시장 성과, 문제점, 그리고 투자자가 알아야 할 점을 살펴보자자.
1. 양자컴퓨팅 ETF의 등장과 시장 반응
1.1. 양자컴퓨팅의 잠재력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을 활용해 기존 슈퍼컴퓨터를 훨씬 능가하는 연산 속도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부터 아이온큐(IonQ), 리게티(Rigetti) 같은 전문 스타트업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쏟고 있다. 2024년 구글은 양자 칩 ‘윌로우’를 공개하며 상용화에 한 발짝 다가섰고, 미국은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을 통해 양자 기술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하이페리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 규모는 1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26년에는 15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잠재력은 국내 ETF 시장에도 불을 지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2024년 12월 17일 국내 최초로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ETF’를 상장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상장 첫날 5분 만에 초기 물량 75만 주(약 75억 원)가 완판될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이어 2025년 3월 11일, 신한, 한화, KB,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각각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 ‘RISE 미국양자컴퓨팅’,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를 동시에 상장하며 양자컴퓨팅 ETF 시장이 본격화되었다.
1.2. 부진한 성과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들 ETF는 출시 이후 줄곧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25년 4월 25일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5개 양자컴퓨팅 ETF의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KB자산운용 ‘RISE 미국양자컴퓨팅’: -10.41%
- 신한자산운용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8.81%
- 삼성액티브자산운용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 -8.29%
- 한화자산운용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 -8.26%
- 키움투자자산운용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8.21%
특히 키움운용 ETF는 3개월 누적 수익률이 -23.30%로, 장기 투자자들에게도 큰 손실을 안겼다. 자금 유입도 제한적이다. 키움 ETF는 상장 한 달 만에 순자산(AUM)이 75억 원에서 1430억 원으로 급증했지만, 이는 초기 열풍에 힘입은 결과로, 후발 ETF들은 유사한 자금 유입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2. 양자컴퓨팅 ETF의 구조와 문제점
2.1. 유사한 포트폴리오와 차별성 부족
양자컴퓨팅 ETF의 가장 큰 문제는 상품 간 차별성 부족이다. 5개 ETF는 모두 미국 상장 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아이온큐, 리게티, 디웨이브 퀀텀, IBM, 하니웰, 엔비디아 등 중복된 종목에 투자한다. 예를 들어:
- 키움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Solactive U.S. Quantum Computing Index를 추종하며 20개 종목에 투자. 아이온큐(28.11%), 마블테크놀로지(9.57%) 등이 상위 편입.
- 신한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10개 종목에 동일 가중 투자, 상위 4개(아이온큐, 리게티, 디웨이브, 구글)가 60% 차지.
- 한화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 10개 종목에 투자, 상위 4개는 15% 고정, 나머지는 동일 가중.
- KB ‘RISE 미국양자컴퓨팅’: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각 10개, 총 20개 종목.
- 삼성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 한·미·일 30개 종목에 액티브 투자, 수혜 기업 포함.
삼성의 액티브 ETF는 한·미·일 기업과 수혜 기업을 포함해 다소 폭넓은 투자를 하지만, 여전히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이 핵심이다. 이처럼 기초지수와 종목이 유사하다 보니 ETF 간 수익률 차이도 미미하다. 업계 관계자는 “양자컴퓨팅 ETF는 사실상 같은 바구니에 비슷한 주식을 담은 상품”이라며 “투자자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하기보다는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2.2. 수수료 경쟁과 마케팅 중심 전략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후발 ETF들은 수수료 인하로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 키움 ETF의 연간 총보수는 0.49%로, 당시 패시브 ETF 평균(0.1~0.4%)보다 높았다. 이에 후발 주자들은 더 낮은 보수를 제시했다:
- KB자산운용: 0.40%
- 신한·한화자산운용: 0.45%
- 삼성액티브자산운용: 0.50% (액티브 전략으로 예외)
그러나 보수 차이는 0.01~0.09%포인트로 미미해 투자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대신 운용사들은 마케팅에 집중한다. 신한은 “차별화된 종목 구성”을 강조하며 아이온큐 등 상위 4개 종목의 60% 비중을 내세웠고, 한화는 “동일 가중 방식의 안정성”을 홍보했다. 하지만 이러한 마케팅은 근본적인 상품 차별성 부족을 메우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2.3. 양자컴퓨팅 산업의 변동성과 위험
양자컴퓨팅 ETF의 부진은 산업 자체의 불확실성과도 연관된다. 양자컴퓨팅은 상용화까지 10~2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 기술은 큐비트 스케일링과 오류율 문제로 실용적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2025년 CES에서 “유용한 양자컴퓨터는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시장의 과열을 경고했다.
주요 편입 종목의 주가 변동성도 크다. 아이온큐는 2024년 4분기 실적 부진과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37% 급락했으며, 리게티(-13%), 디웨이브(-9%)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변동성은 ETF 수익률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양자컴퓨팅은 시총이 낮은 종목이 많아 변동성이 크고, 실적과 무관한 급등락이 빈번하다”고 분석했다.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3. 국내 ETF 시장의 구조적 문제
3.1. 테마 쏠림과 출혈 경쟁
양자컴퓨팅 ETF의 부진은 국내 ETF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테마 쏠림’과 ‘출혈 경쟁’을 반영한다. 2025년 1월 기준, 국내 ETF는 941개, 순자산총액은 182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방산, AI, 반도체 등 특정 테마에 상품이 집중되며 중복 출시가 반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화의 ‘PLUS K방산 ETF’는 2023년 상장 이후 2025년 1월 수익률 28.95%로 1위를 기록했지만, 신한의 ‘SOL K방산 ETF’는 유사한 포트폴리오로 뒤따르며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자컴퓨팅 ETF도 이 흐름을 따른다. 키움의 선점 효과로 자금 유입이 활발했지만, 후발 주자들은 유사 상품으로 시장을 나눠 가지려다 전체 수익률이 악화되었다. 업계 관계자는 “양자컴퓨팅처럼 장기적 테마는 포장 경쟁으로 흐르기 쉽다”며 “수수료와 마케팅 중심의 경쟁은 투자자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2. 투자자 교육 부족
국내 투자자들은 테마형 ETF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양자컴퓨팅 ETF는 환노출형 상품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특정 산업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는 시장 지수형 ETF보다 변동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리스크가 충분히 안내되지 않아, 초기 열풍에 편승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겪고 있다.
4. 양자컴퓨팅 ETF의 미래와 투자 전략
4.1. 장기 투자 관점의 필요성
양자컴퓨팅은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테마이다. 글로벌 투자 증가와 정부 지원으로 산업은 연평균 30% 성장할 전망이다. 따라서 ETF 투자자는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5~10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삼성의 액티브 ETF처럼 수혜 기업을 포함한 폭넓은 포트폴리오는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
4.2. 차별화된 상품 개발
운용사들은 중복 상품 대신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양자통신이나 양자 암호화 같은 세부 테마를 다루거나, 아시아·유럽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ETF를 개발할 수 있다. 신한의 ‘SOL 팔란티어 커버드콜 ETF’처럼 안정적 배당을 결합한 상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4.3. 투자자 교육 강화
투자자들은 ETF의 기초지수, 편입 종목, 보수, 환율 리스크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의 ETF 정보 플랫폼(K-ETF)이나 각 운용사 홈페이지를 활용해 상품별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양자컴퓨팅의 기술적 한계와 상용화 시점을 이해하면 과도한 기대를 피할 수 있다.

양자컴퓨팅 ETF는 미래 기술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며 국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유사한 포트폴리오, 높은 변동성, 수수료 경쟁은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양자컴퓨팅은 장기적으로 유망하지만, 현재는 기술적·시장적 불확실성이 크다. 투자자는 단기 열풍에 휩쓸리기보다, 상품 구조와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하고 장기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운용사 역시 차별화된 상품과 투명한 정보 제공으로 투자자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양자컴퓨팅의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 국내 ETF 시장도 더 현명한 성장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