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스토리

2024년 사교육비 29.2조 원 : 역대 최고치 경신과 그 이면의 이야기

인앤건LOVE 2025. 3. 17. 08:10

2025년 3월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이 29조 2000억 원으로, 전년(27조 1000억 원) 대비 7.7% 증가하며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학생 10명 중 8명(80%)이 사교육에 참여하며, 1인당 월평균 59만 2000원을 지출했다. 이는 정부의 사교육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폭증했다는 점에서 뜨거운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영유아와 재수생 사교육비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교육비는 30조 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글에서는 2024년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 세부 통계, 그리고 사회적 함의를 분석하며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폭증

2024년 사교육비 총액 29조 2000억 원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놀라운 점은 지난 1년간 초중고 학생 수가 8만 명이나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2조 원이나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물가상승률(2.3%)을 반영한 증가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교육 수요 확대를 보여준다. 사교육 참여율은 80%로 전년 대비 1.5%p 상승했고,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도 7시간 36분으로 18분 늘었다. 이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사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율이 9.0%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5.3%), 고등학생(4.4%)이 뒤를 이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유아 사교육비 증가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만 6세 미만 영유아 가구가 지난해 지출한 사교육비는 약 3조 3000억 원으로, 초중고생보다 영어 사교육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무려 154만 원에 달한다.

출처 : 세계일보


지역별·소득별 격차: 사교육은 ‘돈’의 문제?

사교육비 지출은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은 전체 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67만 3000원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고, 전남은 32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는 서울과 지방 간 교육 인프라와 학부모의 교육열 차이를 반영한다. 소득별로는 월 800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67만 6000원인 반면, 월 300만 원 미만 저소득 가구는 20만 5000원으로 약 3.3배 격차를 보였다. 저소득 가구의 사교육비가 처음으로 20만 원을 넘은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여전히 소득에 따른 교육 기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목별로는 영어, 수학, 국어 순으로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이는 대학 입시에서 주요 과목의 중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과, 초등 단계부터 영어 교육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영유아의 영어 사교육비가 두드러진 점은 ‘조기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집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정부 정책의 한계: ‘킬러 문항’ 폐지의 역설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폐지, EBS 강의 무료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러한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킬러 문항 폐지 이후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킬러 문항이 없어지며 공교육만으로는 입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학부모들이 학원으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 조사 시점(7~9월)이 킬러 문항 폐지 이후와 겹친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확대, AI 기반 학습 시스템 도입 등 공교육 내실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소장은 “영어유치원의 레벨테스트 등 불법적 요소를 정부가 방치한 책임이 크다”며, “사교육 카르텔을 비판하면서도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부재해 문제가 기형적으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영유아와 재수생: 숨겨진 사교육비의 실체

통계청 조사에는 영유아와 재수생 사교육비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부의 별도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사교육비만 3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영어유치원 외에도 예체능, 놀이교실 등 다양한 사교육이 성행하며, 저출생 시대에 ‘귀한 자식’을 위한 투자가 늘고 있다. 재수생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주요 재수학원의 연간 수강료(약 1000만~1500만 원)를 고려하면 수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합산하면 전체 사교육비는 33조~35조 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영유아 사교육의 경우, 영어유치원이 단연 두드러진다. 월 154만 원이라는 비용은 초중고생 평균(59만 2000원)의 2.6배에 달한다. 이는 조기 영어 교육에 대한 맹목적 믿음과, 사교육 업체의 과도한 마케팅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고비용 사교육이 실제 학습 효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출처 : 경향신문


사교육비 증가의 사회적 함의

사교육비 증가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다.

첫째,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며 계층 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고소득 가구가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며 자녀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안, 저소득 가구는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둘째,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당 7시간 36분이라는 사교육 시간은 방과 후 휴식과 여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공교육에 대한 신뢰 저하다. 사교육비가 늘어날수록 학부모들은 공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는 정부의 공교육 내실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마지막으로, 저출생 시대에 사교육비 부담이 가계 경제를 압박하며 출산율 감소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 사교육과의 공존인가, 혁신인가?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기적인 억제책을 넘어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EBS 강의 확대나 AI 학습 도구 개발은 긍정적이지만, 학교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수업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영어유치원의 불법 운영을 단속하고, 과도한 비용 청구를 막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 서울과 전남의 사교육비 차이는 단순히 학부모의 교육열 차이가 아니라 교육 자원의 불균형을 보여준다. 지방 학생들을 위한 공교육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사교육을 무조건 억제하기보다 공교육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사교육 업체와 협력해 저비용·고효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사교육비와의 싸움, 어디로 가야 하나?

2024년 사교육비 29조 2000억 원은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학생 수는 줄었지만 사교육비는 늘고, 영유아와 재수생까지 합하면 30조 원을 훌쩍 넘는 이 상황은 단순히 가계 부담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정부의 사교육 억제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한 지금, 공교육 혁신과 사교육 관리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할 때다. 과연 우리는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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