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버블 25주년과 AI 버블의 그림자
2025년 3월 10일, 미국 뉴욕 증시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나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약 4% 급락하며 주요 기술주들이 줄줄이 하락했고, 특히 AI 시장을 선도하는 ‘매그니피센트 7(M7)’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무너지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7740억 달러(약 1129조 원)가 증발했습니다. 테슬라(-15.4%), 애플(-4.85%), 엔비디아(-5.07%), 알파벳(-4.41%), 메타(-4.42%), 마이크로소프트(-3.34%), 아마존(-2.36%) 등 AI와 기술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이들 기업의 주가 하락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와 함께, AI 거품(AI Bubble)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닷컴 버블 25주년과 AI 버블의 그림자
특히 이번 증시 급락은 역사적 사건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확히 25년 전인 2000년 3월 10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5048.62로 정점을 찍은 뒤 닷컴 버블 붕괴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나스닥은 2년간 78% 폭락하며 수많은 투자자와 기업을 파산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년 전 이번 주, 나스닥은 5년간 500% 이상 급등한 후 정점을 찍었지만, 붕괴는 빠르고 잔혹했다”고 회고하며, “초기 인터넷 과대 광고가 결국 현실로 증명되었듯, AI에 대해서도 비슷한 전개가 반복될까 두려워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나스닥의 급락은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AI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과 그에 따른 주가 상승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금이 닷컴 붕괴 2.0인가’라는 칼럼에서 이번 상황이 2000년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자본력도 수익성도 부족한 신생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M7과 같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고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M7의 하락과 AI 시장의 현실
M7 기업들은 AI 혁신의 선두주자로, 지난 몇 년간 주식 시장의 상승을 이끌어왔습니다.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의 절대 강자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은 클라우드와 AI 소프트웨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메타와 아마존은 AI를 활용한 광고와 전자상거래 혁신을 주도해왔습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로 AI의 미래를 상징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죠. 그러나 이번 급락은 이러한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특히 테슬라의 15.4% 하락은 눈길을 끕니다. 테슬라는 최근 몇 년간 주가가 급등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지만, 이번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엔비디아 역시 AI 칩 수요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현실과 부딪히며 주가가 5.07% 하락했고, 애플과 메타 등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는 AI 기술이 여전히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시장의 기대치가 과도하게 높았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닷컴 버블과 AI 버블: 공통점과 차이점
닷컴 버블과 AI 버블을 비교하면 몇 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눈에 띕니다. 공통점으로는 먼저, 두 시기 모두 혁신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점입니다. 2000년 당시 인터넷은 세상을 바꿀 기술로 여겨졌고, 지금은 AI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 시기 모두 주식 시장의 급등 뒤에 급락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차이점도 분명합니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현재 M7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는 AI 칩 판매로 2024년 큰 성장을 이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에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FT가 지적했듯, 이런 점에서 AI 버블이 닷컴 버블과 동일한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백악관의 낙관론과 시장의 불안
이번 증시 급락에 대해 백악관은 침착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주식 시장의 투자 심리와 기업 경영자들의 현실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경제 전망을 판단할 때는 투자 심리보다 기업의 실적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비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JP모건은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기존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고, 골드만삭스도 12개월 내 침체 확률을 15%에서 20%로 올렸습니다(이는 X 게시물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이러한 전망은 AI 거품 논란과 맞물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만약 AI 기술의 수익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기침체가 현실화된다면, M7 기업들의 주가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AI 거품은 정말 붕괴될 것인가?
AI 거품 붕괴에 대한 논란은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낙관론자들은 AI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산업 전반에 걸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AI는 의료, 제조,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현재의 주가 수준이 실질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훨씬 초과했다고 보며, 조만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합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닷컴 버블 붕괴 이후에도 인터넷은 결국 글로벌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AI 역시 단기적인 조정을 겪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경제와 사회를 바꾸는 핵심 기술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얼마나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느냐입니다. WSJ가 언급했듯, “과대 광고가 현실로 증명되더라도, 그 길은 험난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투자자들에게 남은 과제
이번 증시 급락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첫째, 기술주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은 언제든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시장의 단기 변동과 기업의 장기 가치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M7 기업들은 여전히 강력한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지만, 단기적인 시장 심리가 주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AI 거품이 붕괴되는지, 아니면 조정을 거쳐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입니다. 투자자라면 지금 이 순간 냉정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닷컴 버블의 교훈을 되새기며, AI 시대의 기회와 위험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